윤석열 정부가 구상한 국정 아젠다 추진을 위해서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과반 승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인해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국정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승리는 121석인 수도권에서 어느 정당이 더 많이 의석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민의힘의 수도권지역 현역 국회의원은 단 17명이다.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전멸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총선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수도권지역에 출마할 인물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국민의힘 인물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2020년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낙선한 인사들이 2022년 지방선거를 통해 단체장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내년 총선 출마 후보군은 지난 총선 낙선자와 지방의원 출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여권은 장·차관을 비롯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비서관 등 인재를 키우기에 유리하다. 또한, 관료나 법조인 등 인재 수혈에도 유리하다. 그런 면에서 여권이 인재 양성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소홀히 한 것도 수도권 출마 인물난에 한몫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PK지역 중진인 하태경 국회의원(부산 해운대갑)이 2024년 총선에서 서울 도전을 선언했다. 영남권 정치인의 첫 험지 출마이다.
하태경 의원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총선에 자신의 지역구인 해운대를 떠나 서울 도전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를 위해서 정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용단을 내린 이유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 특히 수도권 승리의 밀알이 되고자 하는 충심때문이라고 했다. 신인 정치인들이 많이 들어와야 혁신의 바람이 일고 정치도 발전할 수 있는데, 아무리 좋은 인재들이 온다고 해도 현역 의원이 10년 이상 갈고 닦은 지역구는 그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 의원의 험지 출마 물꼬는 영남권 의원들에게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대구·경북(TK) 지역 재선 이상, 특히 3선 이상 중진들에게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 당시에는 TK 정치인 가운데 3선 중진인 김재원 의원과 초선인 강효상 국회의원이 험지 출마를 위해 서울지역에 도전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미 지난해 3선 홍익표 원내대표(서울 중구·성동구갑)가 자신의 지역구를 떠나 험지인 ‘서초구을’로 지역구를 옮겼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 내 3선 이상 국회의원은 3명으로 모두 대구지역에 몰려 있다. 주호영(5선)·윤재옥·김상훈(이상 3선) 국회의원이다. 특히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큰 득표율 차이로 패할 경우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 지도부의 험지 출마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경북은 3선이상 중진 의원들이 전무한 가운데 재선의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험지 출마 요구가 재선의원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경북지역 재선 의원은 김석기·김정재·김희국·송언석·이만희·임이자 국회의원이다. 이 가운데 김정재 의원과 임이자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전 수도권에서 지방의원으로 활동했다. 김정재 의원은 재선 서울시의원 출신이고, 임이자 의원은 경기도 안산에서 시의원으로 활동했다.
요즘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행정관·비서관들의 TK지역 출마설이 회자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꽃길만 걷겠다는 단세포적인 생각이다. 6.25 당시 대한민국을 지킨 다부동전투처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험지인 수도권을 탈환해야 한다는 점은 불문가지다.
자신들의 꽃길만 걷기 위해 TK지역으로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인사들이 있다면 국민의힘은 공천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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