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더불어 늙게 해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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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더불어 늙게 해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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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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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 특히 노년이 될수록 어린 시절의 추억은 가슴에 사무치고 그 추억의 보따리는 또 하나의 그리움이 된다. 추억에 관한 아름다운 시가 있다.

‘내 가슴속 보물 창고에/ 시간이 빼앗아 갈수도/ 도둑이 훔칠수 없는/ 동전 하나 넣어 두었네/ 아 돈보다도/ 왕의 금관보다도 좋은 것은/ 고이 간직된/ 아름다운 추억’ 사라 티즈 테일의 ‘동전’ 이라는 시다.

인생에 있어 추억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지만 사람은 저마다 슬픈 추억도 있다. 그만 생각하고 그만 기억하고 싶은 사건들이 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고 신념이 강한 사람이라도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할 주제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일부러 억압하거나 짓누를 필요가 없다.

사람은 모름지기 초연해야 한다. 급하게 생각하고 급하게 판단해서는 안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과 더불어 살 줄을 알아야 한다. 과거를 돌이켜볼 때 매우 고정되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것을 걱정하거나 염려할 필요는 없다. 좋은 추억이든 슬픈 추억이든 과거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의 지금 모습은 지나온 과거의 또 다른 모습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살아왔던 과거의 모습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거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과거의 좋지 못한 기억이나 불행한 기억 때문에 현재의 살고 싶은 의욕을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좋은 일이든 좋지 못한 일이던지 초연하게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생은 문을 열고 닫음의 연속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방문을 여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문을 닫고 다시 잠자리에 들어 갈 때 까지 우리는 수많은 문을 열고 닫으며 살아야 한다. 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가면 되고 문이 닫혀있으면 문이 열릴때까지 잠시 기다리면 된다.

신약의 유명한 사도 바울은 “나는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간다” 고 했다. (빌립보서3:13-14)

사람은 누구나 과거의 잘못이나 실수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의 잘못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성과까지 헤아리지 말고 아직도 남아 있는 일들을 위하여 달려갈 줄 알아야 한다. 목표나 비전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희망적인 존재다.

로버트 브라우닝은 이렇게 노래했다. “나와 더불어 늙게 해주오!/ 최상은 아직 있으니/ 생의 처음이 목표하던 생의 마지막에/ 우리의 시간은 그의 손에 있으니/ 그는 이렇게 말한다오/ 내가 계획한 모든 것을/ 젊음은 반밖에 보여주지 않지만/ 하나님을 믿으면 모든 것이 보이며/ 아무것도 두렵지 않네.”

살아가면서 ‘나와 더불어 늙게 해주오’ 라고 말할 수 있음은 참으로 아름답고 또한 따뜻한 일이다. 인생은 너와 나의 만남이다. 살면서 나와 함께 늙어 갈 사람이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은 아마도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고 낙(樂)이다. 이것을 무시당하고 거부당할 때 그것은 인생의 가장 큰 아픔이요 무거운 짐이다. 혼자 살아갈 때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가 바로 이때이다. 미리 주의를 살피지 않으면 수많은 상상의 날개들이 비참하게 느낄수가 있다.

랍비 벤 에즈라는 “인생의 새벽을 기쁨과 희망으로 맞으라. 인생의 마지막을 우울이 아닌 열정으로 맞으라. 인생의 마지막은 생의 최고의 정점이다. 하나님을 믿고 두려워 말아라.”

브라우닝은 랍비 때, 에즈라의 가르침에 감동을 받아 “나와 더불어 늙게 해주오.” 라는 시를 썼다. 그런데 문제는 홀로 있을 때 “나와 더불어 늘게 해주오”를 썼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많은 위로와 확신을 안겨준다.

늙음은 결코 낡음이 아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좋은 포도주처럼 익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나이를 먹으며 늙어 간다. 우리 주변에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 “나와 더불어 늙게 해주오” 이것은 혼자 사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불안을 대변하는 말이지만 한편으로 위안과 희망을 주는 말이기도 하다. “나와 더불어 늙게 해 주오” 이 말은 분명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다.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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