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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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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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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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났다. 그리고 한없이 죄송했다. 먹먹하던 가슴이 벅차올랐다. 깊은 여운으로 자리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근·현대사에 무지했던 나 자신이.”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던 이승만 대통령과 그 세대들의 희생과 투쟁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 전쟁’ 관람 후의 느낌이 딱 이랬다. 그런데 그 느낌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보다. 관람석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 일어서서 박수 치는 사람, 만감에 젖어 가슴에 손을 얹고 우두커니 앉아있는 사람도 있었다.

실존 인물이나 사건 등을 분석하여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주로 학술적인 면이나 진실을 조명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기에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시청자 폭이 좁아 극장가에서 좀처럼 흥행하기 어려운 장르이다. 그런 특성에도 불구하고 ‘건국 전쟁’은 개봉 이후 9.73점대의 높은 평점에 누적 관객 80만을 넘어 백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치고는 경이로운 흥행이다. 이젠 국내를 넘어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사당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영화를 만든 김덕영 감독은 3년 반 동안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거의 모든 책과 자료를 탐독했다. 부족한 자료는 미국까지 건너가 조사했으며, 사회 각계 저명인사들의 인터뷰를 거쳐 철저히 팩트에 기반을 두고 영화를 제작했다. 그럼 제작비가 3억여 원 남짓 투입된 이 영화의 어떤 요소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보는 사람마다 눈물짓게 했을까?

작품성을 논하기 이전에 영화가 주는 무게감과 깊이가 굉장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승만이라는 인물을 지금까지 오해하거나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에 대한 죄송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세상을 열어준 것에 대한 감사, 모든 면에서 가난하고 핍절했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에 대한 감동, 그 참담한 상황에서 출발하여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영광과 감격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긴 어둠의 터널에서 빛으로, 황무지에서 초원으로 빠져나온 듯한 여러 가지 감정과 회한들이 범벅이 되니 어찌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있으랴!

우리나라는 유구한 오천 년 역사를 가졌지만, 그 오천 년 내내 침략받고, 굶주리고, 헐벗으며 살았다. 조선왕조가 끝나고 일본의 지배를 받다가 해방이 된 당시에도 우리나라는 혼돈과 무질서 상태였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국민 문맹률은 80%가 넘었다. 소수 지식인조차도 유교적 사상에 기반한 인문고전을 배운 사람들이었고 국민 대다수는 민주주의가 뭔지 공산주의가 뭔지도 몰랐다.

세계 여러 나라로 공산주의가 스멀스멀 스며들고 있던 그 시절, 이승만은 서구식 자유시장 경제, 자본주의 시스템을 선택하여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국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가? 공산주의를 채택한 북한은 가난과 기아와 억압과 탄압의 대명사가 되었고,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우리나라는 역사상 가장 자유롭고 번영된 세상을 누리고 있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확실한 실증으로 나타나기 이전이었다는 점을 참작하면 이승만 대통령은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토지개혁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에는 소수의 대지주가 많은 농지를 소유하고 농민 대부분은 소작농이었다. 수확 철이 되면 농민들은 수탈에 가까운 가혹한 소작료를 지주에게 지불해야 했다. 이런 봉건적 사회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사회갈등을 해소할 수 없고, 자유시장 경제체제로도 나아갈 수 없었다.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이승만은 지주계급 출신의 야당 의원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상몰수 유상분배로 토지개혁을 성공시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기틀을 구축했다.

잘못 알고 있는 사실도 많았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 일례로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한강대교를 폭파하자 피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부서진 철교 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가는 사진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널리 알려진 그 사진으로 인해 이승만은 전쟁 중에 국민을 버리고 먼저 도망간 런승만으로 불렸다. 그런데 이것은 악의적인 선동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사진은 미국 AP통신의 종군기자가 대동강 철교 위의 피난민 사진을 찍은 것으로 그해 퓰리처상까지 받은 사진이었다. 물론 한강 다리를 폭파한 사실은 있지만, 한강 다리 폭파 후 남은 피난민들이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부교를 설치하는 등의 조처를 했다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얼마나 많이 오해하는지, 또 모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짧은 지면에 영화스토리를 모두 적을 수는 없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였고, 여러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최근 몇 달 새 가장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사실을 소유하지 못한 역사는 뿌리도 없고 열매도 맺지 못한다고 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어 건국 전쟁을 꼭 관람하시기를 권유 드린다.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가 어디서 와서 어떤 곡절을 겪었는지, 그리고 왜곡의 어둠에 가려졌던 진실과 함께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뿌리를 알게 될 것이다.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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