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 모용복국장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 모용복국장
  • 승인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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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산율 OECD 중 ‘꼴찌’
저출산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초등 신입생 30만명대로 급감
전국 157개 학교 신입생 0명
개교 100주년 금정초·중학교
학생수 감소로 폐교위기 몰려
지역사회 학교 살리기에 나서
입학축하금·해외연수 등 지원

지난 1월 28일 흥해서부초등학교 신축 강당에서 졸업식이 열렸다. 영광스럽게도 필자는 동문 대표로서 졸업생 21명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강당 안을 가득 채운 학생과 학부모를 보니 새삼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꼈다. 한 때 폐교 위기까지 내몰린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농촌 벽지에 위치한 이 학교는 20여년 전만 해도 학생 수가 급감해 폐교 위기에 처했다. 1990년대부터 입학생 수가 점점 감소하더니 급기야 2010년에는 전교생 수가 20여 명까지 줄어들며 폐교 대상 학교로 지정돼 행·재정적 지원이 끊겼다.

그러다 뜻있는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학생지도와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고 점차 학생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전교생 수는 2017년 95명에서 2019년 100명, 2021년 106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9년엔 학교 단위 공간혁신사업 대상 학교로 지정돼 3년 여에 걸친 공사 끝에 지난해 말 새로운 학교 건물이 완공돼 올해부터 새로운 건물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학교도 대한민국을 휩쓴 저출산의 쓰나미를 피할 수 없었다. 늘어나던 신입생 수가 올들어 다시 하향세로 꺾인 것이다.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은 모두 8명. 졸업생 21명이 학교를 떠났으니 학생 수가 13명이나 감소해 전교생은 100명 이하로 내려갔다.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2명이다. 전년 0.78명을 갈아치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 출산율 1.58명. 한국은 OECD 평균의 절반도 못 미치는 압도적 1위다. 출산율 0.7명대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더구나 지난해 4분기는 0.65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출산율 급감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전국 초등학교 신입생은 사상 처음 30만명대로 줄었다. 전국 6163개 초등학교 중 2.5%에 해당하는 157개 학교에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 입학식조차 치르지 못했다. 100년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100년 이상 초등학교 780개 중 전교생 60명 이하 폐교 위기 학교는 39%로 301개교에 달한다.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은 전남 영암군 금정초등학교도 그 중 하나다. 지난 4일 입학식이 열린 금정초·중학교 정문 앞에 ‘초·중학교 신입생 입학축하금 지급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학교 폐교를 막고 인구유입을 통한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가 축하금을 마련한 것이다. 이날 입학식에서는 초등학생 2명, 중학생 4명이 새로 입학했다. 또 병설유치원생 1명과 농산어촌유학생 모집을 통해 초등학교 2학년에 1명이 전학해 왔다.

1999년 교육부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통합운영 시범학교로 출범한 금정초·중학교의 전체 학생수는 2021년 기준 38명에 불과하다. 병설유치원생이 2명이고, 초등학교는 1학년 6명, 2학년 3명, 3학년 5명, 4학년 6명, 5학년 4명, 6학년 3명 등 총 27명이다. 중학생의 경우 더 심각해 1학년 2명, 2학년 4명, 3학년 3명 등 전체 학생은 9명뿐이다. 중학교 교감 1명, 교사 8명, 교육행정사 1명인 교직원 수 10명보다 학생수가 더 적다.

이처럼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가 언제 폐교될 지 모를 위기에 처하자 지역사회와 동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학교 살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날 입학식에서 지급한 신입생 축하금은 지역 사회단체, 협동조합, 새마을금고, 기업 등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탰다.

이뿐만 아니다. 금정면으로 귀농귀촌하는 사람들 가운데 초등학생 취학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지역사회가 나서 직접 집을 지어 제공한다. 또 이 곳에 연고가 있는 여자프로골프선수, 골프클럽, 교육지원청이 서로 협력해 금정초를 골프특성화 학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역주민과 이장단, 사회단체, 향우회는 장학회를 설립해 재학생 해외연수와 견학 등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한 때 폐교 위기까지 내몰렸던 학교가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은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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