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변덕 심한 투자자는 부동산 ‘콘크리트’ 투자를?…바위자산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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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변덕 심한 투자자는 부동산 ‘콘크리트’ 투자를?…바위자산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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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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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큰돈을 번 주식 투자자 김형석 씨(가명?40)는 최근 서울 강남에 있는 소형 빌딩을 샀다.

주식으로 번 돈을 계속해서 넣어 주식 투자 금액 베팅을 늘리면 언젠가 다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투자하다 보면 얼마나 대박 유혹도 많은가. 대박 확률이 높은 만큼 쪽박 확률도 높은 게 세상의 이치다. 김 씨는 그러한 위험과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금융 자산을 부동산에 묶어두려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일종의 ‘자산 굳히기’에 해당한다.

금융 자산은 정기예금이나 국공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종이 자산(paper asset)’ 성격이 강하다. 주식은 자칫 바람이 불면 날아갈 만큼 불안하다. 그러니 부동산 같은 ‘실물 자산’으로 돈을 묻어두려는 심리가 생겨날 수도 있다. 부동산은 어느 날 갑자기 어디로 달아나거나 하늘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무리 거센 태풍이 불어도 끄떡없는 ‘바위 자산(rock asset)’이 된다. 부동산은 팔고 싶을 때 팔 수 없는 유동성(환금성) 제약이 가장 큰 약점이다. 그런데 의지가 강하지 않은 사람은 이 유동성 제약을 오히려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른바 ‘비환금성의 역설’이다. 독일의 포르츠하임대학교 하노 벡 교수는 “주택에 투자하는 것은 마음이 약해져 다른 곳에 돈을 써버리는 일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콘크리트에 돈을 저축하는 것과 유사하다”라고 말했다.

자본에 대한 욕망은 수시로 우리를 유혹한다. 법조인 김두식은 ‘욕망해도 괜찮아’라는 책에서 욕망은 B형간염 바이러스라고 했다. B형간염 바이러스는 큰 문제는 없지만 잘못 관리하면 간암이나 간경화로 발전해 사람을 죽인다. 욕망은 잘 관리하면 새 동력으로 삼을 수 있지만 잘못하면 우리를 파멸시킨다. 아무리 정신 무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욕망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가 어려울 때, 자신을 아예 속박하도록 하는 장치를 두는 것이다.

몇 년 전 타계한 작가 이외수 선생이 글을 쓸 때 집에 철창 감옥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스스로를 가둔 일화는 유명하다. 철창 감옥이니 당연히 자물쇠는 밖에 있을 것이다. 안에서는 스스로 문을 열 수 없다. 그는 아내에게 원고가 탈고될 때까지 문을 열어주지 말 것을 부탁했다. 그는 “언제 술 먹고 싶어 바깥으로 뛰쳐나갈지 모르니까 밖에서 자물쇠를 채우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감옥 생활 끝에 나온 소설이 베스트셀러 ‘벽오금학도’다. 철창 감옥은 나약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스로를 가두는 ‘자기구속장치’이다. 자신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자신을 미리 제어하는 것이다.

이처럼 상황의 힘을 이용해 어쩔 수 없이 실천할 수밖에 없도록 자신을 속박하는 방법을 ‘가두리 기법’이라고 부른다. 혹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흔들리는 자신에게 일정 수준의 강제성을 부여하는 ‘선택적 강제’의 일환이다.

이러한 방법은 그 옛날 그리스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지중해를 항해할 때 마녀 사이렌 노래의 유혹을 견뎌내기 위해 이미 사용했다. 그는 선원들은 귀를 막게 하고 자신은 돛대에 꽁꽁 묶도록 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유혹이 너무 강렬해서 벗어날 수 없다면 멀찌감치 떨어져서 거리를 두게 하는 삶의 지혜다.

많은 주식 투자자는 높은 지능과 기민함, 그리고 남다른 지식을 가졌지만 진득하게 자리를 지키지 못했기에 시간이 지나고 보면 부동산 투자자보다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에서 비환금성은 약점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치를 지닌다. 적어도 충동적인 감정에 못 이겨 애써 모아놓은 재산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리는 어처구니없는 행동하는 것을 막는 잠금장치로써 말이다.

물론 저성장 체제로 접어든 부동산 자산은 포트폴리오 구성상 금융 자산보다 효율적이지 않을뿐더러 수익률이 높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도 귀가 얇거나 충동과 변덕이 죽 끓듯 심할 정도로 자제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콘크리트 효과’를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 부동산이 시장의 주력세대인 MZ세대 공간 욕망에 맞춘 곳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투자로 다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그나마 부동산이라도 남아 있는 게 낫다. 부동산 자체는 투자 가치가 떨어져도 우리의 약한 자제력을 보완하는 마음의 도우미 역할은 톡톡히 한다는 이야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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