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허리
  • 김희동기자
꽃 피는 허리
  • 김희동기자
  • 승인 202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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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영



은조분 할머니 분꽃 화분을 옮기다

삐끗, 모퉁이 하나 허리에 들었다

아니다, 욱신거리는 분꽃 화분 하나

온전하게 허리에 놓였다



꽃을 옮기는 일이

계절뿐인 줄 알았더니

모자라는 힘으로 꽃을 옮기려 했던 일

수십 방의 침을 맞고도 여전히

화무십일홍이다

송송 맺힌 핏방울들은 모두

조금씩 어긋나 있고

허리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구부정한 죽은 피를 뽑아내고 난 뒤에야

새벽 미사를 보러 간다

계절은 어느덧 꽃 지는 화분마다

뻐근했던 여름이 을씨년스럽다

배 아파 피워낸 여름과 봄 그리고

한겨울을 합치면 2남 3녀지만

삐끗, 놓친 초여름 한 철

잊을만하면 허리께에서 운다



보이지 않는 아이를

허리춤에 감추고 파스를 부치면

칭얼거리듯 욱신거린다



통증이 옮겨붙은 파스는 통통하게 살이 쪄 있고

분꽃 화분은 굽은 그늘을 까맣게 맺지만

허리에 핀 꽃들은 계절이 바뀌어도

활짝 핀 조화처럼 시들지 않는다

은조분 할머니

꽃 핀 허리에서 삐끗삐끗

꽃이 또 진다




 

 

강기영 시인
강기영 시인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詩 당선

《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 詩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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