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노인사회 정서 관리, 더 정성 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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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노인사회 정서 관리, 더 정성 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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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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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5일 봉화에서 발생한 ‘복날 농약 음독사건’의 범인은 경로당 회원 중 마지막에 농약을 음독한 사망자로 밝혀졌다. ‘봉화 농약 음독’은 지난 2015년 7월 상주에서 발생한 ‘농약사이다’ 사건과 2016년 3월 청송에서 일어난 ‘독극물 소주’ 사건에 이은 지역사회의 끔찍한 비극이었다. 비어가는 농어촌에서 근근이 삶을 영위하는 노인사회의 정서 관리에 더 정성을 들여야 한다. 농어촌은 누가 뭐래도 우리 국가사회의 뿌리다.

경북경찰청은 경로당 CCTV 녹화자료와 관련자 면담 결과 등을 반영해 범인을 마지막 사망자로 특정했다. 다만 범인의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초복인 지난 7월 15일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의 60~80대 여성 등 4명이 점심 식사 후 경로당으로 이동해 커피를 마신 뒤 심정지, 의식불명 등에 빠졌다가 3명은 회복해 퇴원했으나 1명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 발생 사흘 뒤 피의자인 80대 여성이 추가로 농약 음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7월 30일 사망 판정을 받았다. 수사 결과 이들의 위세척액에서 모두 농약 성분이 검출됐지만, 마지막에 쓰러진 여성의 검출 물에서는 다른 성분의 농약이 따로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전담팀(57명)을 편성해 수사에 나서 현장 블랙박스 94개소와 약독물, DNA 등 감정물 599점을 수거해 분석하고 관련자 129명을 면담·조사했다. 수사 중 CCTV 녹화물에서 복날 이틀 전 아무도 없는 경로당에 범인이 혼자 출입한 모습이 발견됐으며, 주거지에서 사건에 사용된 농약 등이 확인됐다. 또 관련자 면담 조사 중 경로당 회원 간 화투 놀이 과정에서 회원 간 갈등과 불화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농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독극물 음독 사건은 농촌에서 일상 사용하는 농약 때문에 온전한 대책을 세우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문제는 세월 따라 심신이 미약해져 가는 노인들만 남은 농촌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취약성을 개선할 방법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 도로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도 있을 만큼 노인들이 정서 관리는 중요하다. 잇따른 ‘농약 음독’ 사건은 시골에 남은 노인들의 정서에 비상등이 켜진 일이다. 꾸준한 심리상담과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다독일 필요가 있다. 온종일 만나는 사람마저 줄어들어 도량이 점차 좁아지고 분노 조절마저 좀처럼 잘 안 되는 노인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 더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농어촌이 건강한 나라가 진정 건강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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