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카락 흩트린 반란의 하얀 몸
바람이 이야기하면 쉰 소리로 듣는다
분칠한 마른 껍질 속 태우지 못한 화촉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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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이자 하나였던 국토의 상징이다. 그럼에도 동포의 땅을 지나가지 못하고 먼 길을 돌아서 가야만 하는 분단된 현실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백두산 천지를 눈앞에 두고도 이방인처럼 산을 올라야 한다는 슬픔이 자작나무의 흰 껍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장백폭포 인근에서 마주한 자작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쉰 목소리로 잊혀가는 영토와 민족의 분단된 역사를 묵묵히 증언하는 듯했다.
하얗게 벗겨진 껍질 속에는 갈라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도 식지 않은, 이루지 못한 만남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감상: 이번에는 흥해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디카시를 수강하시는 윤종철 님의 작품이다.
특별한 사진이다. 몸도 마음도 쉽지 않았을 백두산 등반에서 얻은 귀한 디카시다. 자작나무의 쉰 목소리를 듣고, 그 세월의 말을 이루지 못한 화촉의 밤에 들리는 실연의 이야기로 풀어놓았다. 역사의 혼을 만나고 온듯하다.
디카시: 윤종철 / 감상: 정사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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