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파업 현장이 근로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달들어 조금씩 일터로 돌아오기 시작한 인원이 이제는 300명으로 늘어났다. 필요한 전체 노동력의 10% 수준이지만 썰렁한 현장에서 체온을 느끼게 된 것만도 아주 좋은 조짐이다. 장기 파업의 분수령이 가까워진 것 같다.
석 달째 계속되는 파업은 노사 어느 쪽에게도 고통이다. 자금난을 못이긴 2개 업체가 사실상 폐업했다. 나머지 업체들도 집단으로 공사 포기 각서를 낼 움직임이다. 이런 때에 파업 노조원의 공사 현장 복귀는 절대 다수가 반기게 마련이다. 그들의 복귀는 시들어가는 지역경제에 긴급수혈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감을 품게 한다.
돌아온 노조원들의 첫마디는 생활고였다. 그들은 “투쟁보다 힘든 것은 생활고였다”고 말했다. 또한 “파업 명분보다 이제는 먹고사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털어놓은 사람도 있다. 석 달째 한푼 벌이도 없는 곤궁이 이들만의 고충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빈 손으로 명절을 맞게하는 사태는 절대로 없어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가장 합리성을 인정받는 투쟁 방법은 대화다. 그 대화는 `근로’라는 전제가 충족돼야만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한마디로 일하면서 협상하라는 것이다. 노조원의 파업 이탈은 대세가 될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족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도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나설 가장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이제 노조는 `강성’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수천 조합원과 그 가족을 굶기자는 노동운동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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