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 숨어서 우는 달의흥건한 눈물이 밤비련가. 비 오는 밤엔, 그런 밤이면달 모습을 볼 수 없다. 흐느끼는 울음소리만 들릴 뿐눈물도 볼 수 없다.
김시종 한여름에 불어닥친,때 아닌 된바람. 이번 겨울은,얼마나 긴 혹한이 될랑가? 무시로 부는 북풍!이 땅은 흔들리는 바람받이다.
김시종 언제부턴가입이 뾰족한석류가 밉다. 입술을 함부로 놀려심기를 건드리는 남자때문에 주둥이를 뾰족하게 내민 석류조차그전처럼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
김시종 돌아가신 어머니와화투치는 늙은 효자를 보게. 아들은 늘 선(先)이 되어어머니 영정 앞에화투장을 돌리고, 자기차례가 끝나면어머니 화투를 대신 쳐준다.
김시종 유월초 모심기 때첫 이 밥상을 차려올리더니 팔월초 논매기 때쌀독밑을 긁은 쌀로밥상을 보았구나. 이팝나무는 이 땅의 누구보다도농사를 잘 챙겨주는신통방통한 나무.
김시종 격랑을 달래기 위해암자를 지어 놓고,목탁을 두드리며염불하는 바랄스님. 가슴의 노도를 잠재우려고,山寺 찾는 어린 중생. 오나가나 세상은 파도삶은 파도타기다.
김시종 꽃중의 꽃은,두말할 것 없이 난초다. 꽃향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바로 난향이다. 난초는 칼 안 든 도둑이다.내 마음을 몽땅 빼앗아 갔다.
김시종 나무는 보기보다,외로움을 많이 탄다. 그래서 홀로 살지 못하고,숲을 이루고 산다. 숲만으론 직성이 안풀려,덩굴을 칭칭감고 산다.
김시종 바다에 사는 한이얼마나 깊었으면온종일 몸부림치며흰 이빨을 가는가. 바위도 파도의 자학 앞에같이 여위여 간다.
김상훈 가진 것 다 버렸는데버릴 것 자꾸 생기네 채울것 다 비웠는데비울 것 자꾸 고이네 버리고 비우는 일이요순(堯舜)보다 어렵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