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바친 스무살의 젊음, 편안한 안식 누릴 수 있도록”
  • 경북도민일보
“조국에 바친 스무살의 젊음, 편안한 안식 누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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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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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50사단은 지난 4월에 펼친 문경지구 6·25 전사자 유해발굴활동에서 유해 53구와 유품 83점을 발굴했다. 문경 어룡산 일대에서 지난 5월 7,10일 유해 42구와 유품 34점이 집중 발견됐다. 문경지구는 전쟁 당시 국군 6사단과 북한군 1사단이 이화령을 사이에 두고 격전을 벌인 곳이다.  발굴된 유해는 임시 봉안소에 안치됐다가 유전자 감식을 거쳐 신원이 확인되면 영결식을 거쳐 국립묘지에 모셔진다.
 
 6.25 격전지 포항·영덕 일대, 2000년부터 유해발굴사업 전개
 전군 최고 성과 달성해 전후세대 호국 안보의식 고취에 한 몫
 軍 “온 정성 다해 발굴 임해…호국영령 희생정신 잊지 말아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해병대가 지난 3월부터 두 달 동안 포항과 영덕 일대에서 6.25전사자 유해 74구와 유품 3,176점을 발굴했다.  이곳은 1950년 7월과 8월 국군 3사단이 북한군 5사단의 남진을 저지하기 위해 치열한 격전을 벌인 곳이다. 포성은 60여 년 전에 멈추었지만 유해 발굴은 조국을 위해 젊은 목숨을 바친 이들을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산화 참전용사 넋 추모위해 유해 발굴
 유해발굴사업은 6·25전쟁의 역사적 의의와 교훈을 계승하고 참전용사의 명예선양과 전후 세대의 호국 안보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총 57개 지역에서 2300여 구의 유해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형산강을 사이에 둔 능선의 개인호와 신광면 도음산, 대송면 운제산, 연일읍 자명리 일대에서 유해가 발굴됐다.
 유해 발굴 대상지였던 도음산 일대는 6 ·25한국전쟁 당시 격전지 중 한 곳으로 1950년 8~9월 국군 3사단과 북한군 5사단간의 치열한 공방으로 수많은 국군이 전사했다.
 영덕군 일대는 학도병 772명이 정규훈련도 받지 못한 채 양동작전에 투입돼 1950년 9월 14일 새벽 장사리 해안에서 3~4미터 파고의 케지아호 태풍과 빗발치는 북한군 총탄 속에서 139명 전사, 92명 부상, 수십명이 실종된 곳이다.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바친 전우들의 유해 발굴 소식에 치열했던 지역에서의 전투를 증언했던 박옥순(81) 씨 등 참전용사들은 눈물을 흘렸다. 박씨는“올해로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유해나마 전우들을 만나게 돼 기쁘다”며“천안함 사태를 볼 때 전사자 유해발굴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해병사단관계자도“유해발굴에 임하고 있는 장병들은 조국을 수호하다 산화한 선배들의 유해발굴에 자부심을 갖고 온 정성을 쏟고 있다”며“더 많은 호국영령들의 유해발굴을 위해 사단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해병 제1사단은 유해 79구와 유품 827점을 발굴해 전군 최고의 성과를 달성해 2009년 유해발굴 국방부장관 표창부대로 선정되었으며,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포항, 경주 등에서 유해 136구와 유품 2668점을 발굴했다. 
 
 #반세기만에 빛을 본 학도병의 편지

 포항 전투는 6.25전 당시 가장 치열한 격전지 중 한 곳으로 여타 지역보다 유해 발굴이 많다. 특히 사변 시에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자진해 적과 싸운 의용병(학도병)들의 유해가 발굴돼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학도의용군은 6.25 전쟁 당시 전쟁에 참여 북한군의 침략을 저지했던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다. 포항에는 전투가 치열했던 만큼 아직 수많은 학도병들의 유해가 차가운 땅 속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전선의 최전방인 포항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71명의 학도병과 죽음의 사선을 넘나드는 전쟁터의 참혹한 상황을 다룬`포화속으로’는 故 이우근 학도병의 시신에서 발견된 편지에서 출발한 실화다.
 학도병들이 참가했던 가장 참혹했던 전쟁은 8월 11일의 포항여중 전투로, 당시 포항여중을 지키라는 임무를 하달받았던 학도병 71명은 전투에서 전사자 47명, 부상자 17명이라는 비참한 결과를 남겼다.
 당시 각 학도병마다 M1소총 한 정과 실탄 250발만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실탄을 다 쓴 후에는 무방비 상태로 많은 학도병들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50년 8월 11일 포항전투에서 숨진 고(故) 이우근 학도병의 부치지 못한 편지 중(中)에는 전쟁이라는 악몽 속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을 기다리며 엎드려 있습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테니까요. 그럼…’
 포항시는 지난해 8월 11일 학도의용군회원 및 유족, 각 기관단체장, 고(故) 이우근 학도병의 모교인 동성중고등학교 동창회 등 10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용흥동 전몰학도충혼탑 광장에서 이우근 편지비 제막식을 가졌다.
 비석은 가로 2m 세로 0.5m 높이 1.2m 규격의 화강석으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검은 오석에 음각으로 표현하고, 반세기를 넘어선 세월의 흔적을 부식된 펜(청동)으로 표현해 그저 바라보는 비석이 아니라 애처러운 마음에 누구나 다가가 어루만질 수 있도록 조각했다.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자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지자체와 방송사들이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은 마련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북한에 의한 천안함 침몰 사건을 볼 때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추모하고 이 날을 기리는 행사는 뜻이 깊다. 
 반백년의 세월을 차가운 땅속에서`노숙’했던 이름 없는 영혼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팔순 노병들의`유해발굴, 60년만의 만남’은 오늘을 사는 우리와 후세가 되새겨야 할 기억과 역사의 교훈이다.
 유해 발굴에 참여했던 한 장병은“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유해가 발굴됐다는 소식에 현장을 찾아 기억과 역사의 저편으로 멀어져가고 있는 6·25전쟁의 아픔을 되새기는 노병의 눈물을 보았다”며“유해 발굴은 호국영령 추모와 유가족 위로, 전후세대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에서는 매년 수도산과 용흥동 전몰학도충혼탑 광장에서 호국 영령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이번에 온 국민에게 슬픔을 준 천안함 46용사를 기리며 포항시와 자매결연한 함정인 퇴역`포항함’을 매입했다.
 포항시는 포항함이 동빈내항(함상공원)에 도착함에 따라 앞으로 관광객과 시민들이 함정에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함정과 육상을 연결하는 다리와 함정 내 전기와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호국보훈의 달인 6월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한편, 해병대 1사단 장병 1170명이 참여해 발굴한 유해는 정밀분석과 감식을 통해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 국립묘지 등에 안장된다.  총성과 포성은 60여년 전에 멈추었지만 DMZ(비무장지대) 철책선과 북한 침략을 보며 우리는 다시 한 번 민족상잔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차영조기자 cyj@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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