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daily)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과연 민주당 대표가 맞긴 맞는건가? 손 대표의 북한 3대세습에 대한 비판 및 연평도 사격훈련 중지 요청 등 대북관련 발언이 민주당 정체성과 붙었다 떨어졌다하면서 혼란스런 모습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3년 전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으로 이적한 `철새’의 한계 때문인지 모른다. 손 대표는 연평 사격훈련을 앞두고 “북한은 3대 세습을 하는 비정상 국가다. 주민이 굶어죽어도 핵개발을 하는 미치광이 집단이다” “이런 비정상국가에 합리적 판단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이들을 자극하다가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른다”고 했다. 이 발언은 대한민국 국군의 정상적인 훈련을 제1야당 대표로서 방해한다는 점 이외에 민주당 친북노선을 정립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전제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이중부정이라고나 할까?
김대중의 햇볕정책은 김정일이 “매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체제와 인물”이라는 점을 전제한다.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에 시장경제를 보급해나가며 점진적으로 통일을 이뤄나간다는 발상 때문이다. 그런데 손 대표는 북한과 김정일이 “미치광이 집단”이고 “비정상적 국가”라고 했다. 손 대표식 접근에 따르면 햇볕정책은 180도 수정돼야 한다. 미치광이들에 아무리 지원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핵무기와 미사일이라는 우파 논리를 지지한 것이기 때문이다.
손 대표 주장에 대해 친북좌파 정동영 최고위원은 “북한은 목표에 따라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을 하고 있다. 비정상이라든가 비이성적이라는 우리의 잣대로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손 대표를 비난했다. 최고위원으로부터 사상과 이념, 노선을 비판받는 당 대표가 바로 손 대표다.
문제는 손 대표의 햇볕정책 부정이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려 15년 간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대변인, 보건복지부장관, 경기도지사 등을 거치며 얻은 손 대표 개인의 정체성 문제라는 데 있다. 손 대표는 지난달 30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대북 평화 포용정책이 기본임은 틀림없지만 햇볕정책이 모든 것을 다 치유하고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고 언급해 당내 파장을 낳았다. 이때도 정동영은 “햇볕정책은 한반도 평화의 길이자 민주당이 계승 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대북 기조”라며 맞받아쳤다.
손 대표가 한나라당 요직에 있던 시절 발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2006년 10월9일 기자회견 때는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은 책임을 지고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과 개발을 완전히 철회하기 전까지 어떤 경제적 지원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미치광이 집단이니 자극하면 안 된다”는 민주당 대표로서의 발언과는 180도 달랐다.
한나라당 의원 시절인 2001년 8월13일에는 “김대중 정권의 엉터리 개혁은 망국 개혁”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만 해결 하겠다는 건 어리석은 짓” “김대중은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5·18 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될 필요는 없다”는 강경 발언도 쏟아냈다. 초선 의원 시절이었던 1996년 1월17일에는 “김대중 총재가 간첩 서경원으로부터 김일성의 돈을 받은 사실과 김 총재의 전력시비, 국민회의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사상적 배경에 대해 적나라하게 지적할 수밖에 없다”며 색깔론까지 제기한 바 있다.
그러다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도한 신당에 참여하면서 180도 말을 뒤집었다. 2007년 5월9일 방북 인터뷰에서 “햇볕정책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폐기할 게 아니라 계승,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라고 바꿨고, 11월8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우리가 보내 준 쌀을 정권 유지에 쓰더라도 정부는 `그래도 부스러기라도 일반 주민들에게 가면 좋지’하면서 쌀 지원을 해야죠. 쌀 자체로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손 대표 본인은 얼마나 괴로울까?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로 머리 좋기로 손꼽히는 그가 과거의 자기를 부정하고 변신하려니 얼마나 힘들고 혼란스럽겠는가?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를 노리고 있으니 민주당 골수들에게 아부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지금은 민주당이 그를 앞세웠지만 언제 그의 과거 정체성을 문제삼아 배신할지 누가 아는가. 이래서 정치철새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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