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늦어도 사흘이면 파악 가능” 의혹 제기
지난달 19일 포항 영일만항에 좌주된 파나마국적 화물선 글로벌레거시호(2만9753t급)에서 다량의 기름이 유출됐으나 포항해경은 사고 발생 2주가 지나도록 정확한 유출량을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포항해경은 지난 19일 사고가 발생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 당시 화물선에서 유출된 기름은 벙커C유나 경유가 아닌 선저폐유이며 유출된 양이 소량에 불과해 환경오염에 대해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근 주민 등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당일 좌주된 화물선 인근 바다는 기름으로 가득했고, 기름냄새가 해안전체에 진동했다.
주민 A씨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 일주일이 넘도록 방제작업을 진행했으나 아직까지 바다 밑에 많은 양의 기름이 깔려있을 것”이라며 “해경은 유출된 기름이 선저폐유라고 발표했지만 방제작업을 진행한 결과 벙커C유나 경유같은 일반 기름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바다에 유출된 기름의 양을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일을 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지 2주가 넘게 지났으니 유출량을 충분히 파악하고도 남을 시간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포항해경 관계자는 “유출된 기름의 양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며 정확한 유출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연안방재전문가 A씨는 “바다에 유출된 기름의 양을 파악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라며 “유출 당시 기름이 확산된 면적과 두께를 항공촬영 후 파악하는 방법과 출항 당시 사고 선박에 실려있던 기름의 양과 현재 남아있는 기름의 양, 배의 속도를 이용한 계산법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방법은 단 하루면 분석이 가능하고, 두 번째 방법도 이틀에서 사흘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포항시가 포항해경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일까지 영일만항 방제작업에서 사용된 유흡착포는 약 2t, 이 과정에서 수거된 폐기물의 양은 약 22.3t이다.
이처럼 방제작업에 사용된 유흡착포와 수거된 폐기물의 양은 공개하고 있지만 2주가 넘도록 유출된 기름의 종류와 양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 포항해경이 의혹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손석호기자 ssh@hidomin.com
/박동혁기자 phil@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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