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마을 울진리 내로라하는 점쟁이 다 모였다
  • 이부용기자
신들린 마을 울진리 내로라하는 점쟁이 다 모였다
  • 이부용기자
  • 승인 201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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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DVD 코믹호러 `점쟁이들’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신나게 타고난 뒤의 느낌이랄까.
 `코믹 호러’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신정원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점쟁이들’은 뒷맛이 개운한 오락영화다.
 빠른 속도감과 휘몰아치는 다채로운 에피소드, 재료 맛이 제대로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향연이 어우러져 2시간의 상영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간다.
 다만 점쟁이들이 주인공이라 시도때도없이 귀신이 출몰하고 접신이 이뤄지며 힘 좋은 악령이 설쳐대는 통에 정신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같은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이라면 극장 문을 나설 때 꽤 만족도가 높을 듯하다.
 때론 다리가 후들거릴 수도 있고, 때론 너무 웃겨서 한번 터진 웃음이 멈출 줄 모르는 시간이 지나가면 어느새 롤러코스터는 종착역 가까이 도착해있다.
 그리고 종착역에서 내릴 때는 한바탕 잘 놀고 나서 기분 좋게 배가 고픈 느낌이 든다. 아마도 잠시나마 머리를 비우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김수로와 강예원을 필두로 곽도원, 이제훈, 김윤혜 등 배우들은 고루 호연을 펼쳤다.
 특히 김수로와 강예원은 왜 이들을 캐스팅했는지 증명하듯 온몸으로 배역을 소화했다.
 최근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남자 중의 남자’ 임태산을 연기하며 인기를 끈 김수로는 다시 전공분야인 코미디로 돌아와 무게감 있으면서도 유연한 코믹 연기를 펼쳤다.
 `해운대’ `하모니’ `헬로우 고스트’ `퀵’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박이 났고 그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던 강예원은 이번에도 배우로서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여주인공으로서 흔들림없이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끌고나갔다.
 또 `대세남’으로 떠오른 곽도원과 이제훈도 꽉 찬 연기로 화면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작은 역할일 수도 있지만 이들이 했기에 영화는 알알이 잘 익을 수 있었다.

 영화는 강력한 음기가 집합된 신들린 마을 울진리에 내로라하는 전국의 점쟁이들이 모여들면서 시작된다. 한마디로 악귀를 쫓아내려고 각양각색의 점쟁이들이 몰려든 것.
 그중 5명이 특이한데 귀신 쫓는 최고의 점쟁이 박선생(김수로 분), 공학박사 출신의 점쟁이 석현(이제훈), 탑골공원에서 활동하는 귀신 보는 점쟁이 심인(곽도원), 사물을 통해 과거를 보는 점쟁이 승희(김윤혜), 미래를 보는 초등학생 점쟁이 월광(양경모)이 그들.
 여기에 열혈 기자 찬영(강예원)이 얼결에 가세하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귀신을 쫓는 박선생, 지극히 비과학적인 분야를 어떻게든 컴퓨터와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서 분석하려는 석현, 미래는 보지만 눈앞의 산수 문제는 너무 어려워 풀지 못하는 월광 등의 캐릭터는 살아있는 재미다.
 귀신을 잡기 위해 공학적인 접근과 닭피 부적을 함께 쓰고, 간담이 서늘하게 무서운 귀신의 얼굴과 포복절도할 슬랩스틱 코미디를 교차해 배치하는 묘미도 시종 이어진다.
 악령, 미신 등 대책 없는 이야기를 풀어놓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의 사악한 욕망’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메시지를 밑바닥에 놓았다. 이를 통해 영화는 허황한 먼바다로 떠내려가지 않고 공감이라는 육지에 닻을 단단히 내렸다.
 `귀신과 영혼이라고 해봐야 인간과 다른 주파수의 집합체일뿐’ 등 재기발랄한 대사도 곳곳에 있고 CG로 힘과 멋을 낸 스펙터클한 장면들도 꽤 많이 등장한다.
 귀신들은 냉기가 어리거나 반대로 분노로 이글대는 열띤 얼굴로 공포를 자극하는데, 주인공들은 그로 인한 무서움이 10초 이상 지속하지 않도록 열심히 허를 찌르는 코믹 연기를 펼친다.
 또한 도대체 이 마을에 왜 음기가 집중됐을까를 파헤치는 과정도 쫀득하게 살아있다.
 신 감독은 `시실리2㎞’와 `차우’에서 준비운동을 한 경험을 놓치지 않고 세 번째 작품에서 만듦새에 손색이 별로 없는 오락영화를 내놓았다.
 다만, 너무 정신없이 논 탓에 다 보고난 뒤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상영시간 119분, 15세 관람가.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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