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된 삶 속 반짝하게 함박웃게 해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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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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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짧은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출간

 `재미있는 얘기는 쓸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소설가 신경숙은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면서 혼자 하는 산책길에 이 질문이 불쑥 튀어나왔고 `긴장된 삶 속에서 반짝하게 해주고 함박웃게 해주는 얘기들을 써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쓴 26편의 짧은 소설이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묶여 나왔다.
 2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신경숙은 “글로 표현해놓지 않으면 쓱 지나가고 말 것 같았던 순간순간들을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애정을 담아서, 가끔 함빡 웃기도 하면서 썼던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늦게 온 주제에 오늘 예쁘다는 말 들었다고 자랑하는 친구의 사소한 기쁨을 마주할 때(`우리가 예쁘다는 말을 들을 때’), 매일 엄마랑 통화하던 동생이 외국으로 가버려 그동안 미처 모르던 엄마의 허전함 앞에 불려나간 때(`J가 떠난 후’) 같이 삶에 폴짝 뛰어드는 순간들이 모였다.
 가택연금 당하던 인물의 죽음 앞에 오래 그를 감시해온 형사가 흘리는 조용한 눈물(`그를 위하여’)에서는 다양한 자리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기존의 내 작품들이 주는 무거움 때문에 며칠씩 여운에서 헤어나기 힘들다는 얘기를, 칭찬처럼이 아니라 지탄처럼 들을 때가 많았다”면서 “이번 작품이 숨통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작가는 “장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쓸 때 죽음의 고리가 반복돼서 일부러 굉장히 노력해 (사이사이에) 잠시라도 웃을 수 있는 얘기들을 열심히쓰기도 했는데 아무도 (책을 읽고나서) 그런 얘기를 안하더라”며 “내가 유머에 모자란 사람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유머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약간 서운한 점도 있었다”고 웃었다.
 레이먼드 카버 같은 작가의 짧은 작품이 익숙한 독자는 괜찮겠지만 두세 장에 끝나버리는 이야기가 어떤 독자에게는 당혹감을 줄 수도 있다.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 대해 “소설이라고 하기도, 어떻게 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장르”라면서 “영미권에서는 단편을 ’쇼트 스토리`(Short Story)라고 하고 개인적으로는 그런 범주에 들어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장편이다. 어느날 갑자기 앞을 못보게 된 사람의 이야기와 4개의 삶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은 이야기가 작가의 마음을 맴돌고 있다.
 그동안 삶의 비의(悲意)에 집중해온 작가는 웃음에 담긴 삶의 순간들에 대해서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작가는 “나 자신은 온전히 그런 (웃음의) 쪽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고 웃으면서도 “양쪽이 서로 배척하지 말고 거울처럼 빛나게 해주면서 내 작품에 등장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연합
 문학동네. 212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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