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판사는 룞화이트칼라 범죄의 양형’이라는 글을 통해 “김 한장 훔친 노숙자는 도주할 수 있지만 수천억 원을 횡령한 재벌 회장은 도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구속은 피고인의 사회적 여건에 달려 있고, 결과적으로 양형은 피고인의 재력에 달려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설 판사의 지적은 법원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그만큼 관대하다는 삐뚤어진 현실에 대한 고발로 들린다.
설 판사가 제시한 근거는 매우 구체적이다. 그가 비교한 114명의 피고인 가운데 82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직업별 집행유예 비율은 무직 9%, 자영업 11.1%, 회사원 19%, 회사 이사 등 책임자 33.3%, 연 매출 100억 원 이상 기업 대표 83% 등이다. 지역별로 서울(53명)과 경기도(26명)가 70%, 영남 출신이 21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마디로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만 교도소에 갇힌다는 결론이다.
설 판사의 분석이 아니라도 우리나라 법원이`돈’과`권력’에 휘둘린다는 근거는 많다. 외환은행 헐값매각을 둘러싼 피의자들이 검찰의 반복된 영장청구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풀려나고, 고위 판사가 검찰간부에게 특정인`불구속’을 요청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곳이 우리 사법 현장이다. 대법원장이 외환은행 사건과 관련해 변호인으로 한때나마 등록했다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또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대통령 사면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전무죄와 무전유죄가 빈말이 아니었음이 현직 판사에 의해 증명됐다. 이래도 사법개혁을 않는다면 사법제도 전체가 부정당할지 모른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