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쓰는산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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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쓰는산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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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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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수
 
 자동차들이 휙휙 내닫는 큰길을 건너가면 지금은 골목길이 되었지만 옛날에는 마을 어귀가 되는 즈음에 노거수 세 그루가 있다. 마치 마을의 입구에 선 거인처럼 거무튀튀한 팽나무 세 그루는 그 위용이 대단하다.
 그러나 이제는 아파트 숲과 새로 지은 건물들 사이에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삼형제는 그래도 형편이 좋은 편이다. 골목길을 좀더 들어가면 몇 그루 남은 팽나무들이 있고 그것들은 이미 고사하였거나 고사 직전이다.
 길을 따라 죽 늘어서 있었을 마을의 보호수였던 이 나무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었던 것이다. 옆으로 봇도랑이 있어 물이 흘렀는데 그것마저 복개 되어버리고 난 뒤 그곳으로 뿌리를 뻗어 얻어왔던 물이 부족했을 것이다.
 오가며 노거수 그늘 아래 잠깐 머물다 가는 사람들은 그들의 고통을 돌아볼 줄 모르는 모양이다. 수령 약 270년 이란 숫자에 관심을 가지다가 떠나가 버린다.
 나무아래 가로등이 밤새 불을 밝혀서 잠에 들지 못하는 나무, 아스팔트가 차고 들어와서 겨우 한 뼘 숨쉴 수 있는 땅을 가진 나무, 전선들이 지나가면서 윙윙 소리를 내어 어지러운 나무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거기에 머무르다 그냥 떠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천성산의 목숨들을 위해 단식을 감행한 지율스님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나는 그 정도의 용기와 진실함이 없다.
 그녀는 천성산이 아픔으로 신음하는 소리를 직접 들었다고 했다. 이 삼형제 남은 노거수들이 내어놓는 신음소리를 내가 과연 들을 수 있었던가 말았던가.
 새만금 간척사업이 다시 재개되어서 넓은 국토를 얻게 되었다.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하고 나면 넓은 갯벌에 바닷물이 빠지고 뭍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곳에는 더 많은 목숨들이 살고 있다. 특히 철새들의 경유지인 새만금은 이제 어떻게 되나. 철새들은 어디로 가나. 그 수많은 목숨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은 자신의 생명만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사람의 목숨보다 동물이나 자연의 목숨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과 별개로 편리함이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동물과 자연의 목숨을 거두는 일 은 죄악이다.
 내가 사는 마을 생지리 입구에 서 있는 삼형제를 생각한다. 그들은 보호수라고 적은 돌비를 죄수의 쇠고랑 말뚝처럼 안고 어디론가 떠나지도 못하고 산다. 진정 우리가 그들을 보호하는지 묶어두고 괴롭히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사람들도 하나씩 세상을 떠나는 것처럼 그들도 언젠가 떠나 갈 것이다. 그러나 그 목숨을 거두는 일이 사람의 잘못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으면….                      -조현명 시인,포항문학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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