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여 년 아물지 않는 傷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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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여 년 아물지 않는 傷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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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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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포항 박필근 할머니 피맺힌 회한


광복 60여년이 흘렀다.
그러나 꽃다운 나이 전쟁터로 끌려간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88주년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반백년 씻기지 않는 설움을 안고 살아가는위안부 생존자 박필근(80·포항 죽장 월평리)할머니를 만났다.
“귀밑머리 묶고 동무들이랑 널 뛰다 일본으로 끌려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에서 천불이 올라와.”
일본군의 만행으로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았던 박 할머니는 위안부 시절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할머니가 일본군 종군 위안부로 끌려간 때는 16살었던 1943년 어느 봄날. 일본 남양주로 붙잡혀 간 그때부터 끔찍했던 위안부 생활이 시작됐다.
하루에도 수십명을 상대해야 하는 고통에다 호된 폭행까지 당하기 일쑤였다. 악몽같은 1년간의 위안부 생활은 죽지못해 살아야 했던 시간이었다. 그나마 박 할머니는 극적으로 위안부 탈출에 성공했다.
“새벽녘 숙소 하수도 배수 구멍을 기어서 도망쳤다”는 할머니는 “잡히면 혀라도 깨물고 그 자리에서 죽을 생각이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해방과 함께 다시 여러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고향인 포항까지 걸어 돌아왔다. 그러나 귀향 후 할머니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위안부 출신’은 꼬리표처럼 박 할머니를 붙어다녔다. 결혼 후 남매를 뒀으나 가정생활은 오래가지 못했고 할머니는 이제껏 혼자 살아왔다.
박 할머니처럼 평생을 죄인처럼 숨어지내 온 일본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전국에 걸쳐 123명에 이른다. 포항에는 박 할머니를 포함 단 두명이 생존해 있을 뿐이며 경북에는 모두 10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한 많은 생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위안부 할머니의 상처를 보듬는 손길은 더디기만 하다.
최근 미국 하원이 종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한 가운데 우리 국회는 회부 5개월을 넘긴 지난 22일 해당 상임위에 겨우 상정됐을 뿐이다.
박 할머니는 “일본의 행동과 말은 세월이 흘러도 변한 것이 없다”면서 “죽기 전 한이라도 풀고 가게 정부가 적극 나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몹쓸 짓 한 사람들한테 `잘못했다’소리 한번 듣는 게 평생 소원”인 박 할머니.
꽃 피는 봄이 왔지만 31번 국도변 쓰러져가는 할머니의 두평 쪽방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글/이지혜기자·사진/임성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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