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맹부 첫 경기에 출전한 `경기’팀 공격수 박명수(9번)씨가 날쌘 몸놀림으로 공을 몰고 있다.
/이종현 기자 salut71@
“자! 거기서 왼쪽으로 두 걸음 앞에 공이 있어. 옆에 수비수 있으니까 조심해요.”
전맹부(1급 시각장애팀)에 참가한 `경기’팀 볼 안내자 김난희(28·여)씨가 상대편 골키퍼 뒷편에 서서 우렁차게 외쳤다.
머리 보호대와 안대를 착용한 팀 공격수 이길준(30)씨는 자신이 공을 드리블 한다는 표시로 “보이!” “보이!”를 외치며 재빠르게 슛을 날렸다.
“골인~” 전반 15분, 조용하던 장내가 함성으로 넘쳤다.
독일 월드컵 개막 D-1.
8일 보슬비가 내린 포항에선 전국 시각장애인 축구대회가 열렸다.
이날 드림풋살센터(북구 장성동)에서 열린 장애인 축구대회는 전국 11개 팀 120여명의 선수들이 실력을 거뤘다.
전맹부 첫 경기는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서시복)’ 대 경기도 대표`경기’팀.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지만 열띤 응원전이 없다.
시각 장애인들은 축구경기의 80% 이상을 소리에 의존해 움직인다.
축구공 속의 방울 소리와 팀내 유일한 비 시각장애 선수인 골키퍼와 볼 안내자 2명의 목소리가 곧 `눈’이다.
그러나 승부욕은 어느 축구경기에도 뒤지지 않고 박진감넘친다.
`경기’팀 감독인 김난희씨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장애인이라 바닥으로 깔리는 패스만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센터링은 물론 헤딩슛도 날린다”고 자랑했다.
이날 서시복 대 경기팀 결과는 1대 1 무승부. 그러나 승패를 떠나 참가 선수들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서시복’ 이진원(36)씨는 “맘껏 달릴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축구를 하면 행복하다”면서 “비 때문에 평소실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이날 흥겨운 축제 분위기 속 씁씁한 표정도 종종 비췄다.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의 `시각장애인 안마사 독점 위헌’ 판결에 항의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집회가 열흘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
김장환(49)경북시각장애인연합 회장은 “헌재의 부당한 결정으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 때문에 대회 의미가 퇴색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지혜기자 hok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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