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강동구 등 일부단지 전세-매매가 차이 900만~1000만원에 불과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전세 주택이 ‘귀하신 몸’이 되면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불과 900만~1000만원에 그친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종암동 종암SK 아파트 전용면적 59㎡의 경우 전세 보증금이 지난달 6일 최고 2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말까지 이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2억원 안팎이었으나 4000만원 높은 값에 계약이 된 것이다.
이에 비해 지난달 이 아파트의 매매 실거래가격은 2억4900만원으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900만원에 불과했다.
전세가격에다 900만원만 더 보태면(취득세·등기비 등 제외) 해당 아파트를 아예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전세가율도 96.4%로 지난달 성북구의 평균 전세가율(73.4%)을 크게 웃돌았다.
이 아파트는 1월9일에 또다른 전세가 2억3500만원에 계약되기도 했다.
성북구 종암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는 주택형별로 하나 구하기도 어려워 대기수요가 줄을 섰다”며 “수요는 많은데 물건이 없다보니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고, 이로 인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고가 전세 계약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이주 등으로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강동구의 경우 암사동 선사현대 전용59㎡ 전세가 지난달 초 최고 3억3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달 매매 물건이 3억4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해 1000만원 싼 것이다. 해당 주택의 전세가율은 97%로 강동구 평균 전세가율(62.3%)과 34%포인트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또다른 매매 실거래가격인 3억7000만원에 비교해도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암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전세가 품귀현상을 빚다보니 가격이 저렴하게 나온 매매 물건의 경우 전셋값에 1000만~2000만원만 더 주면 집을 살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세입자 가운데 일부는 견디다 못해 모자라는 금액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길음1차 전용 59㎡는 지난달 6일과 14일 각각 2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지난달 팔린 매매가 3억1650만원의 91.6% 선이다.
경기도에서는 아예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경우도 있다.
화성시 병점동 한신아파트 전용 60㎡는 지난달 거래된 전세가가 최고 1억7000만원으로, 역시 같은 달 거래된 매매가격(1억6900만원) 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전셋값이 매매가격와 맞먹을 정도로 치솟은 것은 전세 물건이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물건 자체가 없다보니 월세 시세와 별개로 전셋값만 천정부지로 뛰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70.2%로 199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 전세가율은 서울이 평균 66.1%, 경기도가 69.5%로 아직 70%에 못미치지만 실제 개별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80%를 넘어선 곳이 부지기수다.
이처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아예 집을 사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면서 일명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깡통전세’는 전셋값이 매매값에 육박하거나 더 높아 나중에 집이 경매 등에 넘어갈 경우 전세금을 되돌려받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추후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역전현상이 나타날수도 있다.
부동산114 김은선 과장은 “최근 전세난이 서울에 이어 수도권으로 확산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한동안 외면받던 보증부 월세까지 물건이 달릴 정도”라며 “매매가에 육박하는 고가 전세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으므로 계약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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