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현행 ‘성매매 특별법’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부터 시행됐다. 그 배경에는 집창촌인 서울의 ‘미아리 텍사스’를 관할하고 있던 김강자 서울종암경찰서장의 결정적인 역할이 있었다. 김대중 정권 때인 2001년 종암경찰서장에 부임하자마자 ‘미아리 텍사스’를 대대적으로 단속한 김 전 서장의 “성매매는 무조건 처벌해야한다”는 주장이 먹힌 것이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사실상 합작품이다.
15년 전 ‘미아리 텍사스’ 창녀촌 업주들로부터 ‘저승사자’로 불렸던 바로 그 김 전 서장이 4월 9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성매매 특별법’ 위헌법률심판에 참고인으로 나선다. ‘성매매 특별법’의 ‘합헌’을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헌(違憲)’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성매매 특별법’이 위헌이라면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것과 같은 의미다. 15년 전 ‘미아리 텍사스’의 ‘저승사자’가 어떻게 “성매매 특별법은 위헌”이라는 정 반대의 주장을 펴게 됐을까?
김 전 서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지금의 성매매 특별법은 폐지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먹고 살기 위한 소위 ‘생계형 성매매’를 하는 여성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배우지 못하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입에 풀칠하려고 집창촌에 들어간 애들을 많이 만났다”며 “직접 가서 만나보니 정말 생계형인 애들이 많았다”고 했다. 생계형 성매매에는 눈을 감아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뉘앙스다.
그는 15년 전 성매매를 칼날같이 단속한 이유에 대해 “처음 종암경찰서에 왔을 때는 뭣도 모르고 모든 성매매를 다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기반부터 취약하고 도움하나 받을 데 없는 애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여성들이 모여 있는 곳이 집창촌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전 서장은 “A양에게 애들을 입양시키고 (집창촌을) 빠져나오라고 설득했는데 벗어나질 못했다”며 “A양은 아버지한테 구타 당한 기억이 악몽으로 남아있어 애들은 반드시 제 손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서른 살이 훌쩍 넘은 그녀는 포항의 한 집창촌에서 일한다고 김 전 서장은 전했다. “대대적 단속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에게 ‘다른 일 하라’고 말해봤자 결국엔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더라. 최소 생계비를 벌면서 자활 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탈(脫)성매매’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단속만이 해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의 해법은 집창촌 합법화를 통해 생계형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고, 장애인 등 성(性) 소외 남성들에게 욕구해소 기회를 줘야한다는 것이다. 성매매 전면 허용은 아니다. 고급 룸살롱, 오피스텔 성매매 등 비생계형 성매매 여성과 유흥을 위한 성매수 남성에 대한 단속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집창촌부터 단속하면 성매매 여성들이 단속을 피해 주택가로 들어가 전국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했다. ‘오피방’, ‘키스방’ 등으로 음성화된 성매매를 보면 그의 지적이 옳았다.
1960년 5·16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사회악 일소’로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만들어 윤락 행위를 금지했다. 지금의 ‘성매매 특별법’ 처벌 규정과 똑같다. 그러나 이 법은 사문화되면서 단속은 실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국 70여개 지역에 사창가를 설치했고, 외국관광객과 미군을 상대로 한 매춘도 방치했다.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이 경우에 속한다. 물론 ‘성매매’는 죄악이다. 그러나 간통(姦通)은 헌재에 의해 ‘범죄’에서 ‘무죄’로 바뀌었다. 김강자 전 서장의 말처럼 “집창촌 단속이 능사가 아니다”는 회심(回心)도 무게 있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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