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냐 ‘공부’냐
  • 한동윤
‘밥’이냐 ‘공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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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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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산후조리’ ‘공짜 교복’ 들고나온 성남시장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찾아가 ‘무상급식’ 논쟁을 벌인 뒤 동아일보는 그 결과를 “문재인의 KO 패”라고 정리했다. 대선주자가 대안도 없이 ‘불쑥’ 자치단체를 찾아가 도지사와 논쟁을 벌인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다.
 문재인-홍준표 격돌 직후 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선별 무상급식 전환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잘한 일”이라는 응답이 49%에 달함으로써 “문재인 KO패”는 공론화됐다. 뿐만 아니라 ‘재원을 고려해 소득 상위 계층을 제외한 선별적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63%로 나타나 ‘무조건 무상급식’을 주장한 문 대표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문 대표 주장대로 ‘전면 무상급식을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
 “문재인 KO패”라는 동아일보 사설이 소개되자 새정연의 정청래 의원은 홍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해 “홍 지사는 아이들 밥줄 끊으려다 홍 지사의 밥줄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악담(惡談)을 퍼부었다. 또 새정연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가마솥의 누룽지 긁듯 싹싹 긁고, 마른 수건 짜듯 하면 (무상복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무서운 ‘무상복지’ 집착이다.
 ‘문재인-홍준표 격돌’에 이어 이번에는 홍 지사와 이재명 성남 시장이 설전(舌戰)을 벌였다. 가마솥의 누룽지 긁듯 싹싹 긁고, 마른 수건 짜듯이 하면 (무상복지가) 충분하다”는 이 시장을 홍 지사가 통박(痛駁)한 것이다. 그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그분들(이 시장 등)은 저와 이념이 안 맞아 정책 우선순위를 ‘밥 먹는 것’에 뒀다”며 “우리(경남도)는 ‘밥이 아닌 공부’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복지’가 무엇이어야 하느냐의 정곡(正鵠)을 찔렀다. ‘밥’이냐 ‘공부’냐다.
 홍 지사는 ‘밥을 굶은’ 세대다. 어렸을 때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그러나 그는 진정한 복지를 ‘밥’아닌 ‘공부’에서 찾았다. ‘공부’에 충실해야 ‘밥’ 문제도 해결된다는 거시적(巨視的) 접근이다. 반면 문재인 대표와 이재명 시장은 ‘밥’을 중시했다. 문 대표가 홍지사에게 “당신이나 나나 굶으며 자라지 않았느냐”고 했지만 홍 지사는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홍준표 지사 주장처럼 소득 상위 계층을 제외한 선별적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 지지가 63%로 높게 나타나 ‘무조건 무상급식’이 판정패 한 가운데 이재명 시장은 ‘무상 산후조리원’과 ‘모든 중학교 신입생 무상 교복’까지 들고 나왔다. 이 시장이 지난 16일 “저출산 해결을 위해 전국 최초로 무상 산후조리원을 운영할 것”이라며 “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가정에도 1인당 50만원씩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2011년 ‘무상 교복’을 추진하다 새누리당이 다수인 시의회 반대로 실패한 그는 무상 교복 지급을 위한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성남시의회의 새누리당은 “반대”다. 그러나 다수당은 새정연이다. 막을 방법이 없다. 다만 2018년까지 무상산후조리에 들어가는 376억원의 예산을 문제삼고 있다. “이 시장이 당선된 2010년 성남시 지방채 발행 잔액은 89억여원이었지만, 올 말 1630여억원으로 늘었다”며 “빚은 느는데 보여주기식 복지만 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성남 중원구는 4·29 국회의원 보선지역이다. 저소득층 주민들이 ‘무상’과 ‘공짜’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문가지다.
 ‘무상’과 ‘공짜’의 위력은 가히 핵폭탄급이다. 이성적으로는 ‘무상’과 ‘공짜’가 잘못됐다고 여기면서도 투표장에만 들어가면 ‘무상’과 ‘공짜’에 도장을 찍는다. 무상 급식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1년 8월 서울시 무상 급식 주민투표가 그 상징이다. 당시 미디어리서치가 조사에서 서울 시민은 (상위계층을 제외한) 선별적 무상 급식에 대한 찬성이 58.8%로 다수였다. 전면적 무상 급식에 대한 찬성은 39.1%에 불과했다. 그러나 선별적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투표가 부족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고 말았다. 머리는 ‘공짜’를 거부하지만 손은 ‘공짜’로 향하는 것이다. ‘무상급식’이 ‘무상보육’으로, 다시 ‘무상 산후조리’와 ‘공짜 교복’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재명시장 주장처럼 “가마솥의 누룽지 긁듯 싹싹 긁고, 마른 수건 짜듯이 하면” 모든 게 공짜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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