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으로 부활한 ‘참수리호 6용사’
  • 한동윤
영화 ‘연평해전’으로 부활한 ‘참수리호 6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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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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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 손잡고 ‘영평해전’ 보러 갑시다“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홍명보·안정환·황선홍. 2002 서울 월드컵에서 기적을 쏜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월드컵이 끝나고 13년이 지났지만 국민들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13년 전 월드컵의 열기가 뜨겁던 그 시간 서해 NLL에서 조국의 영해를 지키다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을 받고 산화(散華)한 연평해전 ‘참수리호 6용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대로 된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바로 그 ‘연평해전’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참수리호 6용사’가 13년 만에 영화로 부활(復活)한 것이다. 정장인 윤영하 대위, 조천형 하사, 황도현 하사, 서후원 하사, 한상국 하사, 박동혁 상병이 그들이다. 북한을 응징하지 못해 구천을 헤매고 있을지 모를 참수리호 6용사의 영전(靈前)에 바치는 국민들의 헌정(獻呈)이다.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오전 서해 연평도 근해에서 벌어진 군사적 충돌이다.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차단기동을 하던 참수리 고속정 357호를 함포로 기습 공격하면서 30분 남짓 교전이 벌어졌다. 북한군의 도발에 선제 공격하지 말라는 김대중 정권의 교전수칙 때문에 눈 앞에서 북한군의 기습 공격을 예측하고서도 뻔히 당하고 만 것이다. 바로 그날 서울에서는 한·일 월드컵 4강전이 열렸다. 참수리호 6용사가 영해를 지키다 스러져갈 때 온 국민은 월드컵 열기에 빠져 들어 열광했던 것이다.
 영화 연평해전은 오는 10일 개봉된다. 2008년 최순조 작가의 원작 소설이 나오자마자 영화가 기획됐으니 7년 만의 결실이다. 그에 앞서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이 1일 밤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유족들에게 처음 공개됐다. 13년이 흘렀지만 유족들의 고통은 여전했다. 2002년 6월 29일 참수리 고속정 357호 승조원들이 서해에서 북한의 기습 공격에 목숨 걸고 싸우는 장면에 유족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조천형 하사의 아내는 딸 시은이와 함께 극장에 들어왔지만 교전이 시작되기 전 자리를 떴다. 화염 속에 스러지는 남편을 볼 마음의 준비가 안 됐던 탓이다.
 박동혁 병장 부친 박남준씨는 “영화 장면이 99% 사실 같다”고 말했다. 한상국 하사 모친 문화순씨는 “아들 시신 찾는 장면에서 엉엉 울었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윤영하 정장 부친 윤두호씨는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애’라는 묘비명처럼 산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천형 하사의 모친 임헌순 씨는 “아들 보내고 오늘도 힘들었지만 이렇게 잘 만들어주신 분들께 감사한다”고 했다.
 영화는 제작비가 부족으로 촬영이 여러 차례 중단되며 표류했다. 결국 국민들이 나서야 했다. 순제작비 60억원 중 20억원이 크라우드 펀딩과 후원금 등으로 모였다. 일부 출연배우는 ‘노 개런티’를 자청했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영화가 연평해전이다. 반미(反美), 좌파 영화에 출연해야 ‘개념연예인’으로 치부되는 세태에 연평해전같은 전쟁영화에 선듯 출연한 배우들 역시 애국자다.
 ‘연평해전’을 관람한 윤영하 정장 부친 윤두호(69)씨는 “가슴에 남는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어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보면 뭉클하잖아요. 우리에게도 그런 영화가 있어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고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 최순조 작가, 역경이 많았는데 영화로 만든 김학순 감독, 크라우드 펀딩과 바자회에 참여해준 분들, 영화를 보고 기억해줄 관객들 모두 고마운 일입니다. 우리 여섯 용사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윤영하 정장의 부친 역시 애국자다. 그는 “군인들이 좀 더 군인 정신을 굳세게 다져야 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필사즉생(必死則生)’, 안중근 의사는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고 했잖아요. 나라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군대가 더 세지고 정신적으로도 강해져야 합니다”고 당부했다.
 참수리호 6용사의 영결식이 거행된 바로 그날 동경에서 월드컵 결승전이 열렸다. 그날 김대중 대통령은 영결식 대신 월드컵 결승전을 보기 위해 동경으로 날아갔다. 영결식에는 국무총리도 국방장관도 나타나지 않았다. 유족들은 입술을 깨물며 슬픔을 참아야 했다. 바로 그 참수리호 6용사가 영화 연평해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우리들이 할 일은 영화 연평해전을 보기 위해 자녀들의 손을 잡고 영화관을 찾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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