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해체’하고 새로 조직하라
  • 한동윤
보건당국 ‘해체’하고 새로 조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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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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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에 이어 세계 2번째 메르스 발병국 오명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지난 주말 23명 급증해 전체 환자가 87명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이로써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 메르스 발병국의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됐다. 이 가운데 17명은 지난달 27~29일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노출된 사람들이다. 이로써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숫자는 34명으로 급증했다.
 삼성서울병원이 3차 감염의 진앙이 된 데에는 정부가 메르스 정보를 일찍 공개하지 않은 탓이 크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7일 오후 언론브리핑에서 “지난달 27일에 응급실로 온 14번 환자(35)가 (앞서 치료받은) 평택굿모닝병원에서 메르스가 발생했다는 정보가 당시에 없었다”고 밝혔다. 송 원장은 “병원은 14번 환자에게 세균성 폐렴 치료를 지속했고, 치료 사흘째인 지난달 29일 밤늦게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14번 환자가 ‘메르스 노출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처음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삼성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14번 환자를 통해 응급실에 있던 의사들과 환자, 가족들이 무더기 감염되고 만 것이다. 보건당국이 14번 환자가 감염된 사실을 의료진에게만이라도 신속히 공개를 했더라면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3차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정부의 비밀주의와 무능으로 이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총 890여명은 메르스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돼 격리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이 병원을 거쳐간 환자 보호자들이 부산과 부천 등 전국 곳곳에서 감염자로 확진되면서 전국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말았다.
 정부는 7일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거나 거쳐간 병원 24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지 20여일 만이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명단에 일부 병원 소재지나 상호가 틀리게 표기돼 있었다. ‘경기도 군포시’ 소재로 표기된 성모가정의학과의원은 실제론 ‘서울 성동구’에 있었다.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은 실재하지도 않는 ‘여의도구’로 표기돼 있었다. 충남 보령시 소재 ‘삼육오연합의원’은 ‘대천삼육오연합의원’으로, ‘평택푸른의원’은 ‘평택푸른병원’으로 잘못 적혀 있었다. 부천의 메디홀스 의원은 이름이 같은 의원이 두 곳이어서 부천 괴안동으로 특정했어야 했다. 정부는 병원 명단을 오전 11시에 공개한 후 3시간이 지나서 다시 정확한 명단을 발표했다. 그래놓고 메르스 대책본부 기획총괄 담당 국장은 “기술적 착오로 자료를 다시 내게 돼 ‘조금’ 사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게 ‘조금’ 사과할 일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메르스 발병 병원 명단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했다. 그 후 명단이 공개되기까지 4일이 지났다. 4일 동안 확인한 명단이 뒤죽박죽이다. 이게 우리나라 보건 당국의 실력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의사(38)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을 보건복지부가 공식 발표한 것은 6월 4일이다. 서울 강남보건소에서 의사에게 이상 증세를 연락받고 검체(가래)를 채취한 것은 5월 31일 오후다. 검체 채취에서 확진 발표까지 무려 4일이 걸렸다. 2일 확진이 나왔으나 재검사를 이유로 4일에야 발표했다. 삼성병원의 감염자를 줄일 수 있었던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다.
 국민들의 의식도 보건 당국과 하등 다를 게 없다. 메르스로 인한 자가 격리 대상자로 분류된 50대 여성이 계원들과 함께 울릉도로 여행 갔다가 위치 추적으로 발견돼 대전 집으로 이송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7일 낮 12시 경북 울릉군 북면 나리동의 한 식당에 119구급차를 타고 마스크를 한 8명이 식당을 찾아 일행 중 한 여성을 지목하고 여객선 아닌 행정선으로 귀가시켰다. 이 여성과 함께 여객선을 탄 여행객들은 이 시간에도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
 국내 메르스 환자 숫자가 급증하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질병통제센터(ECDC)는 5일 ‘메르스 바이러스 위험도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 의료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는 호흡기질환 환자들은 메르스 바이러스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한국 사회에 메르스 공포감이 번지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는 질병 관련 정보를 대중에게 제때 공개하지 않아서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하루 앞선 3일에도 “응급 상황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세월호’ 이후 불거진 국민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능한 보건 당국은 ‘해체’(解體) 수준의 대개혁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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