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동물국회’ 가
  • 한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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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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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의장은 금의야행(錦衣夜行) 국회의장?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금의야행’(錦衣夜行). ‘비단옷 입고 밤 길 간다’는 고사성어다. 일반적으로 겉멋만 들어 보람 없는 일만 하는 사람을 빗댈 때 쓴다. 그런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해 “국회의장은 금의야행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 등 화급한 법안을 직권상정해서라도 처리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을 ‘국회선진화법’을 내세워 거부하는 모습이 겉멋만 들었다는 뜻이다.
 홍 지사만이 아니라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도 20일 정 의장을 향해 “국회의장은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T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고심 끝에 이야기를 하면 (정 의장이) 그 자리에서 바로 반박한다”며 그같이 통박했다. 이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발을 동동 구르고 뛰고 있는데 야당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정 의장은 대통령이 말을 하면 그 자리에서 안 된다고 반박해버린다”며 “대통령께서 오죽 답답했으면 서명운동에 참여하겠나”라는 말도 했다.
 정 의장이 여당으로부터 온갖 비난을 들으면서 민생법안 등을 상정하지 않고 버티는 근거는 ‘국회선진화법’이다. 국가비상사태에 한해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도록 규정한 선진화법을 내세워 박 대통령이 간절히 원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노동개혁 5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 관련 법안과 테러방지법 등을 “직권상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의장의 버티기에 질린 새누리당은 마침내 그 ‘국회선진화법’을 손보겠다고 달려들었다. 새누리당이 지난 18일 단독으로 운영위를 열어 국회법(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상정해 부결시켰다. 엄격히 제한된 본회의 직권 상정 요건을 완화해 국회의원 절반이 요구하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이 스스로 제출한 법안을 부결시킨 것은 상임위에서 부결된 안건에 대해 국회의원 30명의 요구가 있을 때 본회의에 바로 보낼 수 있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제 정 의장만 결심하면 이 법안을 직권상정을 통해 본회의에 올리고 국회의원 절반이 요구하면 직권상정이 가능토록 국회선진화법을 손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정부·여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은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또한 정 의장이 최대 장벽이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운영위 개최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잘못된 법을 고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새누리당의 접근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자기들이 상정한 법안을 부결시키고 그 법안을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키겠다는 발상이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지금 절박하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거부하는 법안을 ‘국민 피눈물 법안’이라고 명명했다. 지난해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을미(乙未)년에 을미적거리다가 병신(丙申)년 되면 못 간다’는 동학혁명 때 민요 얘기가 나왔을 정도로 지금 우리 경제는 최악이다. 청년실업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제2의 IMF 경고등이 켜졌다. 대통령이 길거리로 나가 서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민피눈물 법안’ 처리를 막는 야당은 분열로 치닫고 있다. 국회는 관심사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해야 할 국회의장은 ‘금의야행’ 중이다.
 기가 막힌 것은 정 의장이 국회선진화법을 가장 ‘반대’했다는 사실이다. 정 의장이 4년 전 국회의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때 “국정에 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국회선진화법에 반대한 것이다. 그랬던 정 의장이 새누리당이 편법으로나마 국회선진화법을 손볼 수 있는 길을 열었는데도 “잘못된 법을 고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버티고 있다. 스스로 ‘잘못된 법’이라는 선진화법을 못 고치겠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선택해야 한다. 야당 요구를 받아들여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반(反) 민주법을 끌어안고 임기를 마쳐 ‘금의야행 국회의장’이라는 별칭을 들을 것인지, ‘잘못된 법’을 고치고 물러나는 국회의장이 될 지를 결정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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