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운동’ 자초한 ‘입법 甲질’
  • 한동윤
‘낙선운동’ 자초한 ‘입법 甲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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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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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처럼 번지는 ‘민생구하기 촉구 1000만 서명운동’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경제단체들이 주도한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제2의 IMF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경고음 속에 ‘경제살리기 법안’ 등을 깔아뭉개는 국회를 향한 재계(財界)의 반발이 조직화하면서 국민의 동감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야권은 경제단체가 앞장선 ‘1000만 서명운동’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한 눈치다. 박근혜 대통령이 길거리 서명대를 찾아 직접 서명까지 했는데도 ‘관제(官制) 데모’라고 비웃고 ‘대기업 구하기’라는 프레임에 가두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에는 민간기업 중에서는 삼성그룹이 처음 서울 서초사옥에 서명 부스를 설치하고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이어 현대자동차, LG그룹 등 다른 기업도 서명 부스를 마련했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동참하는 기류다. 대한석유협회,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도 서명에 동참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여성 경제단체와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시민단체도 길거리 서명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국회의 ‘입법 갑질’에 대항하는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저항이다.
 특히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을 주도하는 경남지역 11개 상공회의소 회장단은 21일 국회가 경제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4·13 총선에서 표(票)로 정치권을 심판하겠다고 나섰다. 일종의 ‘낙선운동’이다. 최충경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경남도청에서 경남지역 상공회의소 회장 9명과 지회장 2명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기업인이 서명운동까지 나선 절박한 사정을 정치권이 수용하지 않으면 표로 정치권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선거로 국회의원을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좌파시민단체의 전유물인 국회의원 낙선운동이 ‘국회선진화법’ 뒤에 숨어 정부 여당이 제출한 법안을 물고 늘어지는 야당의원을 상대로 시작된 셈이다. 철강 화학 조선업종이 몰려 있는 경남지역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해 왔다.

 재계와 경제단체들은 그동안 국회의 ‘밥’ 또는 ‘봉’의 신세였다. 나오라면 나가고, 가라면 가야 하는 ‘을’의 처지였다. 재계 총수들은 국감장에 불려 나가야 했고, 어줍지 않은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뺐다.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은 이런 국회를 향한 경제주체들의 ‘저항’인 셈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조선, 중공업 등 일부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데 정쟁만 하는 국회를 더 이상 바라만 볼 수 없는 절박한 심정에서 재계가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를 ‘관제데모’라고 비웃는 야당을 향한 일종의 경고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애가 닳도록 호소해도 꿈쩍 않던 야당이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이 들불처럼 번지자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기업활력제고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20일부터 이들 법안에 대한 협력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더민주 전병헌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활성화법 중 기활법과 서비스법에 대해서도 조속히 타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나아가 “재벌에 대한 특혜와 문어발식 확장은 견제하고 규제해야 하지만 재벌에 대한 적개심 또한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 신뢰를 잃을 수 있는 과잉대응도 자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놀라운 변화다. 심지어 이종걸 원내대표 입에서는 “중국과 경쟁하는 삼성을 도와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강성노조와 어깨동무하고 강경투쟁을 옹호해온 야당을 움직인 것은 대통령도 언론도 아니다. ‘다중’(多衆)이다.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이 비록 경제주체들에 의해 시작됐지만 일반 시민이 동감하고, 나아가 4월 총선 낙선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갈 움직임을 보이자 야당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민생-경제살리기 외면 국회의원 낙선운동’을 더 활발하게 벌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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