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0’
  • 김용언
신입생 ‘0’
  • 김용언
  • 승인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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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유태인(猶太人)’의 한 대목을 간추린다. “고명(高名)한 랍비를 고을의 장(長)이 안내했다. 요새와 목책 같은 방비상태를 보여주었다. 숙소로 돌아오자 랍비는 ‘나는 아직 이 고을이 어떻게 방비되고 있는 지를 보지 못했습니다. 고을을 지키는 것은 병사가 아니라 학교입니다. 어째서 나를 제일 먼저 학교로 데리고 가지 않았던가요?’하고 물었다.”
 이어령 씨의 편저 ‘다(茶)한 잔의 사상’엔 이런 대목이 실려있다. “‘학교란 무엇인가?’ 배우 왈‘ 3막4장(*초등학교,중학교,대학교 3막,여기에 고교입시까지 4장)’, 상인 왈 ‘위험한 투기(*졸업을 해봐도 취직이 잘 안 된다)’, 군인 왈 ‘18년 전쟁’, 의사 왈 ‘한국 풍토병의 일종인 열병, 일류병, 고열은 죽을 때까지 내리지 않음, …이하 생략….’

 학교 평가는 갖가지다. 일일이 옮겨 적을 수 없지만 영국의 이튼칼리지(Eton College)만은 되뇌고 싶다.  워털루 전투의 승장인 웰링턴 장군은 이 학교 출신이다. 그는 “워털루 승리는 이튼의 교정에서 얻어진 것” 이라고 했다.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이 학교도 첫 출발은 미약했다. 1440년 헨리6세가 주변 마을의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설립했다. 장학생 70명이 4개 기숙사에서 공부한 것이 시초다. 지금도 70명의 왕실장학생은 유지되고 있다.
 새 학기다. 각급 학교가 신입생을 맞고 있다. 그러나 경북도내 19개 초·중학교는 입학식이 없다. 신입생이 단 한 사람도 없는 까닭이다. 도내에 이런 지자체가 13곳이나 된다. 포항과 영덕은 신입생 없는 중학교가 둘이다. 경주·김천·안동·영천·상주·문경·의성·성주·칠곡·봉화·울진은 초등학교가 그렇다. 이곳이라고 한때 70명 안팎이 들어찬 ‘콩나물교실’을 운영하지 않았을리 없을 게다. 그런데 이제는 신입생 ‘0’이란다. 이튼칼리지의 70명과는 영판 다른 현실이 기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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