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봄이 되자 아파트 곳곳에 이삿짐 트럭과 사다리차들이 자주 눈의 띈다. 바야흐로 이사철이 시작된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요즘 살던 데를 옮기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새들도 제 생리에 맞는 기후환경을 찾아 가고 온다. 그게 철새다. 봄이 오면 겨울새는 저 북쪽 시베리아로 날아가고, 제비와 두견이 같은 여름새들은 ‘강남’에서 우리나라로 찾아온다. 두견새와 곧잘 혼동되는 소쩍새 또한 봄이 되면 어디선가 날아와 서정주의 시구처럼 봄부터 그렇게나 울어댄다.
철새는 영어로 마이그런트(migrant)다. 비단 새뿐 아니라 이동하는 습성을 가진 동물을 통칭하는 단어다. 마이그런트와 뿌리가 같은 낱말로는 마이그레인(migraine)이 있다. 편두통(偏頭痛)이다. 편두통은 통증 부위가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사람을 괴롭힌다. 서양 사람들이 편두통의 스펠링을 철새의 그것과 비슷하게 조합하여 만든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둘 다 ‘이동하다’는 뜻의 동사 ‘마이그레이트(migrate)’에 어원이 있는 거다.
인간 철새들이 날아들자 정당들은 온갖 아름다운 환영사를 아끼지 않는다. 보내는 측은 강아지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어 비난의 화살을 독하게 날린다. 국민들이 보기엔 누가 누구 나무랄 처지도 아니련만 다들 자기만 옳고 남은 그른 모양이다. 한데 문제는 타당 낙천자들이 철새처럼 날아든 정당들은 그 이동성 인간들 때문에 머지않아 심각한 편두통을 앓게 될 거란 점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국민 눈에도 그 상황이 훤히 내다보인다. 그런데도 여야의 찧고 까붊이 가관이다. 철새와 편두통이 한 계열이란 걸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만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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