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먼 길을 가려면 길을 조이는 게 보통이다. 목적지에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발걸음을 재촉한다는 소리다. 그렇게 걷다보면 길이 붇는다. 출발지부터 걸어온 거리가 불어난다는 표현법이다. 김주영의 ‘객주’에 이 말이 나온다. “봉삼이 소견이 어떠한지는 알 수 없으나 뒤따를 수밖엔 없게 되었는데, 월이는 두 다리가 천근같이 무거워져 회정할 땐 도통 길이 붇지 않았다.”
옛날 등짐장수들이 즐겨 썼음직한 말들이다. 300m도 안 되는 곳으로 이동하는데도 버스를 탔다는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들으면 달나라 사람들이 주고받는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튼튼한 두 다리 대신 잘 굴러가는 네 바퀴가 더 사랑받는 시대의 한 단면이다. 그러니 길을 끝없이 닦고 만들어 내야 한다. 개통되기가 무섭게 거대한 주차장이 되어버리기 일쑤일지언정 길은 많을수록 좋고, 넓을수록 더욱 환영받는 세상이다.
이 불균형 도로는 이내 ‘고통길’이 돼버렸다. 극심한 교통정체는 기본이다. 출근길 북새통에 연쇄추돌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운전자로서는 ‘아빠! 오늘도 무사히’를 기도하는 딸내미를 눈앞에 그리며 이 길을 빠져나가야 할 판이다. 이상한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헷갈리게 하는 이른바 ‘도깨비길’이다. 그러나 길을 넓혀놨더니 되레 고통이 곱빼기가 됐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 무턱대고 넓힌 도로 확장이 길을 죄고, 붇는 데 방해물 노릇을 하다니 코미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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