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칠월이라 맹추 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화성은 서류하고 미성은 중천이라/ 늦더위 있다 한들 절서야 속일소냐/ 비 밑도 가비얍고 바람 끝도 다르도다/ 가지 위의 저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하나/ 칠석에 견우직녀 이별루가 비가 되어/ 섞인 비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 제…’ 맹추(孟秋)란 초가을이란 뜻이니, 염천 한가운데서 땀 뻘뻘 흘리는 중에 가당찮은 가을 타령이냐고 하겠다.
줄줄 흐르는 폭염을 못 참아 가을 추(秋)자라도 어서 확인하고 싶은 심사에 달력에 눈을 갖다 댄다. 입추까진 아직도 사흘이 남았다. 하지만 어제 음력 7월 초하루를 지났으니 농가 7월령 들췄다 한들 그리 허물은 아니겠지, 싶다. 너구리 굴 보고 와서 피물 값 댕겨 쓰는 격이지만 가을이 절실한 심정에서 앞당겨 ‘추’자 타령 한번 하고 있는 거다. 비록 지금 이놈의 더위를 늦더위랄 계제는 아니지만 머잖아 필경은 늦더위가 되고 말 건 사실 아닌가.
내일 아침부터 시작되는 올림픽 중계에 빠져 한보름 지내다보면 처서 후딱 지날 거고, 풋밤도 영글어갈 거다. 그때쯤이면 여름날 어서 안 지나간다고 지청구한 그 입으로 유수 같은 세월을 한탄하게 될 것 또한 뻔하다.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소나기 몇 차례 스쳐가면 함께 쓸려가는 게 여름 한철이다. 얼마 안 남은 더위 너무 지겨워 말고 하는 일이 있는 이라면 일에나 푹 빠져 볼 일이다. 두터운 방열복 입고 제철소 용광로 지키는 우리 이웃도 많지 않던가.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