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감사원은 최근 선거철 공직기강 점검업무에 대한 감사를 벌여 62건의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그 중에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공무상국외여행’과 관련된 사안이 눈길을 끈다. 공무여행을 갔다 온 공무원들이 규칙과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이를 감독해야 할 지자체장들도 전혀 감독하지 않았다는 발표가 새삼스러운 것이다.
감사원이 밝힌 기강해이에는 ‘공무여행’ 후 남은 경비를 반납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남은 경비는 반납하는 게 법적 의무다. 그 의무를 저버렸다면 기강해이 이전에 위법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적발된 사람들은 그 남은 돈을 자기돈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하긴 그보다 더 엄중한 공금도 예사로 빼먹는 사람들 이야기가 종종 터지는 집단에서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다.
더 질이 나쁜 경우도 있었다. 여행 자체를 아예 가지 않고도 간 것처럼 속이고 무단결근을 한 자들이 있었다는 거다. 물어보나마나 공무여행경비는 타내서 통째로 개인 포켓에 넣었을 것이다. 어떤 지자체에서는 스페인으로 ‘공무국외 배낭연수’를 나갔다가 허가기간보다 이틀이나 앞당겨 귀국한 뒤 보고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이런 걸 보면 다수 ‘공무여행’의 목적이 공무가 아니라 관광 외유라는 짐작이 들게 한다. 납세자들로서는 분노의 한숨이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직원들로부터 공무국외여행보고서와 항공권 등 증빙자료를 제출받아야 하는 소속 기관은 이런 사후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해야 할 위치의 사람들이 이러하니 하위직 공무원들의 국외여행 기강인들 바로 설 리가 만무하다. 민간기업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찌됐을까. 그런 물음을 공직사회는 스스로 던져봐야 한다.
지자체 공무원들의 이른바 배낭연수가 세금으로 공무원 관광여행 보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논란이 있어온 건 오래됐다. 그럼에도 공직사회는 오불관언, 해외배낭여행을 지속 하고 있다. 여론도 납세자도 전혀 두렵지 않다는 배짱일까. 국민 입장에서 더욱 화나는 것은 공무원은 관광을 가면서도 ‘연수’라고 우기는 그 행태다. 박사학위를 가진 자라면 술주정도 학설이라는 우스개처럼 공무원은 관광여행도 공무여행이라 해야 하는가 싶어 울화가 치밀게 되는 것이다.
해외배낭연수를 시켜주는 숫자도 엄청나게 많다. 철이 좀 지난 통계이긴 하지만 2012년부터 14년까지 약 3년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의 ‘국외공무여행’자 수가 무려 7만6000명이었다. 물론 이 대부분이 ‘배낭연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자체들은 이렇게 많은 공무원들이 해외여행에서 ‘선진지 견학’을 하고 왔으므로 그걸 ‘지자체의 자산’이라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그게 얼마나 지방행정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공무원들이 해외에서 보고 들은 견문이 지자체 행정의 자산이라고 치자. 그래서 여행경비를 상당액 보조해준다고 하자. 그러나 효과를 기대하거나 계량할 수도 없는 그 여행 목적을 애써 ‘공무’라고 강변하지만 않아도 시민들의 짜증은 그나마 덜할 것이다. 긴말 할 것 없이 공무원 해외배낭연수는 극도로 자제돼야 한다. 그것이 경제난과 취업난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납세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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