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필, 전원에서 살아가는 법 (下)
  • 경북도민일보
문화수필, 전원에서 살아가는 법 (下)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6.0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을 가꾸는 행복한 `소임자’
 
 내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식솔들이 너무 많아져 눈코 뜰사이 없이 바쁘다보니 다른 잡념가질 시간이 없음도 내게는 큰 다행이다. 그네들의 아름다운 속삭임 때문에 잠시도 내실에서 노닥거릴 틈새도 없다.
 나비들의 군무속에 꿀벌들의 부지런함, 이름모를 산새들의 합창들이 나를 베토벤과 같은 예민한 귀를 가지라 한다.
 울도 담도 없는 내 집에 작년 봄에 거리에 노숙하며 천덕꾸러기 생활하는 강아지 두 마리가 제 발로 찾아 들어와 정착을 했다.
 이발시키고 목욕시키고 나니 훤한 인물이 되어 제 밥값을 하고 있다.
 그 놈들이 합창하며 짖어되면 누군가가 나타나면 초인종 역할을 잘도 해준다.
 나와 눈만 마주치면 람바다는 물론 꼭짓점 댄스까지 재롱으로 내 시름덜어주니 인정없는 세상 가족같은 사랑느낄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이 건강병 환자가 되어 웰빙 타령인데 이곳에 정착한 나는 선각자적 선택을 한듯하나 고요와 적막이 불러들이는 고독이 문제가 된다. 개천에 방치된 듬직한 돌들을 정리하여 석축을 쌓아놓으니 그 운치가 아름답다.
 자연의 신비가 내 예민한 느낌과  합일이 될 때면 그 생경 스러움이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을 멀리 쫓아 버려준다. 저 여린 새싹들이 자라 주렁주렁 열매가 열릴 때면 내 감성도 풍부해 지리니. 어이! 감탄사 같은 전원 예찬 없으리오.
 전원의 모든 생물들이 끊임없이 나를 격려한다. 마음 비우고 살라고, 어쩌다 여기까지 와서 살고 있는 나는 살아낸 날들에 대한 회한을 자주한다.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나를… 녹음이 울창 할때면 슬픔들을 달래주는 이불이 되어주고 삭막한 겨울이면  내 거칠음이 꿈틀거렸다. 욕심을 버리고 단순해 질수 있는 것이란 것을 자연이 가르쳐 주어 이제야 알 것 같다.
 인간들을 아프게 하는 것이 인간들의 거칠음 때문이고 나무들이 아픈 것은 거칠은 태풍 같은 것인데 나무들은 그 거칠음을 소화 할 줄 아는 순리를 가졌기 때문에 천년 만년 존재할 줄 아는 지혜를 가졌고, 그러하지 못한 인간들은 유한한 인생을 살다 가는가 보다. 나는 이제야 마음 비우는 법을 아기 걸음으로 배우고 있는 어릿광대일 뿐이야 내가 씨앗뿌려 일구어 놓은 저 많은 생명체들이 가뭄을 탈까 바람에 쓰러지기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 할 줄 아는  행복한 책임자의 소임을 생각만 하려 한다.
 마음 비움의 행복이 저만치서 장애물 같은 내 겉치례 형식들을 떨쳐 내 버리라고 손짓한다.
 마음 열지 못하는 악업이 내 걸음 더디게 해 전원에 살아가는 법에 아직은 익숙하지 못하다.                                                                                         김 인 규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