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 공론으로 결정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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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원전, 공론으로 결정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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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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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류동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경북도민일보]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은 어디로 가는가.
정부는 이미 1조6000억원이 투입돼 공정률이 28.8%에 이른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시켰다.
전문가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38개월간 심의를 거쳐 건설 중인 원전을 멈춰놓고 원전의 운명을 결정할 공론화작업을 설계·관리하기 위한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공론화위(委)는 시민배심원단을 뽑아 이들이 내린 결정을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공론화위는 시민배심원단 구성을 하지 않고 8월 중 2만 여명을 대상으로 1차 여론조사를 하고, 응답자 중 350명 안팎을 추출해서 공론조사를 해서 정부에 보고서만 제출하겠다고 했다.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입장을 바꿔 “시민들이 의견을 수렴해 결론을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원전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탈핵·탈원전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에서 임명한 공론화위가 원전의 운명을 가름하는 작업을 맡는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를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의 본질은 여론조사나 시민배심원단 구성 또는 공론조사의 결과에 있지 않다. 원전 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공론화위에서 원자력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 국가적 대사를 결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여론은 중요하다. 하지만 여론에 물을 게 있고 그래서는 안 될 게 있다. 원자력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하는 분야다. 이미 국내외 60개 대학 공대교수 417명은 탈원전 계획을 공개 비판한 바 있다.

경부고속도는 여론을 따랐다면 건설되지 못했을 것이다. 자동차가 별로 없던 당시 많은 국민은 고속도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맥아더 장군은 미합동참모본부와 해군·해병대 측은 물론 그의 보좌관도 반대하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다. 인천의 자연적 조건이 대규모 상륙작전을 하기에는 부적합한 곳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맥아더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적도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판단해 인천을 선택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로 든 것은 “소비자는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보여줄 때까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소비자를 무시한 게 아니라 소비자의 요구에 한계가 있다는 걸 말한 것이다.
탈(脫)원전은 에너지 수급 등 경제와 산업,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눈감고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그럴듯한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원전만큼 효율성을 내는 에너지는 없다. 한국은 전체전력의 30%를 원전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 부족 국가다. 대체에너지 개발에는 한계가 있고 태양광과 풍력 대체는 환상에 불과하다. 탈원전은 전기료 급등을 불러올 것은 뻔한 일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전력난이 몰고 올 산업과 생활전반에 미칠 파장, 다시 말해 국가적 재앙이다.
원전은 곧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은 전기료가 뛰자 원전의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發電)은 세계적으로 확대 추세다.
한국은 원전기술 거의 전부를 국산화했고 세계 최고의 안전도와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원전수출 강국인 우리가 탈원전 국가가 된다면 원전수출을 할 명분을 잃는다. 세계 원전시장 규모는 600조원에 이른다. 원전 운영까지 포함하면 원전 시장규모는 엄청나다. 이런 걸 외면하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고 어쩌자는 것인가.
원전 건설 중단에 따른 예산낭비는 엄청나지만 더욱이 원전을 폐기할 경우의 예산낭비는 천문학적이다.
원전 전문가를 배제하고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수렴과 공론화작업을 한다는 건 탈원전을 합리화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할 것이다. 원전문제는 사이비 전문가 아닌 진짜 전문가의 판단에 맡겨라.
탈(脫)원전, 공론으로 결정할 일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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