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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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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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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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게으른 사람이 있었다. 집안은 쓰레기투성이었고 씻지 않은 몸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이웃이나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차가운 한파가 몰아치는 크리스마스이브 날, 옆집 사람이 그에게 하얀 꽃 한 다발을 선물로 주었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아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그였기에 꽃다발 선물은 그를 매우 기분 좋게 해주었다. 코를 갖다 대자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던 아름다운 여인의 머릿결처럼 향기가 스며 나왔다.

꽃다발을 조심스레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물끄러미 쳐다보자니 곧 시들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는 집 안 구석구석을 뒤져 꽃병을 찾아내어 물을 채우고 꽃을 꽂아두었다. 다시 드러누워 쳐다보니 시커멓게 얼룩진 더러운 꽃병이 눈에 거슬렸다. 한참을 바라보다 마침내 그는 벌떡 일어나 꽃병을 깨끗이 닦았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 꽃을 쳐다보니 꽃병주위의 책상이 너무 지저분했다. 책상을 정리하고 나자 이번엔 또 방안이 너무 더러웠다. 집안까지 깨끗하게 청소하고 뜨거운 물로 샤워와 면도까지 하고 난 뒤에 그는 실로 오랜만에 날아갈 듯한 상쾌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후, 그의 생활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탈바꿈했다.

꽃 한 다발로 시작된 것처럼 삶의 진보나 변화는 항상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작은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인생에서 이보다 더한 착각이 또 있을까! 사실 삶을 깊이 숙찰해 보면 인생의 대부분은 사소한 일들의 연속이며 삶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어느 날 벼락같이 행운이 찾아와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삶에 대한 자세, 사람을 대하는 태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 실수에 대한 사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시간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등…. 작고 사소한 일에 충실했고 그것이 누적되어 성공의 큰 산을 이룬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사소함에 관하여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큰일은 진지하게 대하지만 작은 일은 대충 하거나 손을 대지 않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몰락은 언제나 여기서부터 시작된다.”라고. 실패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큰 것은 소중히 여기지만 작은 것은 경솔히 여긴다. 쉬운 일은 소홀히 여기고 어려운 일은 미루거나 피해버린다. 문제가 생기면 지극히 어려워질 때까지 방치했다가 해결을 도모하고, 잘못이 있으면 구제 불능의 상태에 이르러서야 뉘우친다. 그렇게 사라져간 사람들을 지금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사람들은 누구나 오늘보다 내일이,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아지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막연히 기다리기만 한다. 단조롭고 무기력한 삶을 푸념하면서 우리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대해서는 의미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는다. 심각한 삶의 오류 속에 빠져 살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법칙은 냉혹하여 무엇하나 거저 오는 것이 없다. 보다 나은 내일을 바란다면 일상의 작은 부분부터 충실해야 한다. 현재와 미래는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행운조차도 게으른 사람에게는 찾아오지 않는다. 행운은 밝은 눈을 가지고 있어서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을 찾아간다.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영원히 다가오지 않는다. 작은 일에도 성실히 임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현대경영의 창시자이자 경영의 대가로 불리는 톰 피터스는 그의 저서 ‘리틀 빅싱’에서 성공의 열쇠는 ‘작은 차이’, 즉 사소함에 있다.라고 했다. 작은 차이가 큰 성공을 만들어준다는 분석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또한 어떤 특별한 삶의 비법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너무 사소해서 우리가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평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당신의 삶과 미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체험해보라.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운동을 하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항상 먼저 웃고 먼저 인사한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매사에 감사한다. 집 안을 깨끗이 하고 외모를 단정하게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틈을 내어 책을 읽는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이런 작은 일상부터 성실하면 큰일들은 대부분 절로 이루어진다. 당신을 성장시키는 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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