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의 도시재생뉴딜
  • 경북도민일보
팬데믹 시대의 도시재생뉴딜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20.0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주 이내에 상황 호전을 기대한다던 바이러스 사태가 어느덧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팬데믹으로 넘어가면서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해결책도 없고, 기한도 없는 상황에서 일단 버티고 봐야 하는 문제가 되고 만 것이다. 급기야 세계 언론은 세계 경제체계로 미칠 파급효과를 언급하면서 세계 3차대전급 위기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포성과 화약 냄새가 난무하는 전쟁은 아니다.

하지만 산업과 경제가 어떤 무력보다도 중요한 시대임을 고려할 과한 표현은 아니다. 바이러스에 직접 위협받는 사람의 숫자는 그것이 몰고 올 세계 경제 위기로 위협받을 사람들의 숫자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겠다. 아무쪼록 이 위기가 산업경제, 그리고 농업식량의 위기까지 연결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 도시민들은 알게 모르게 이런 상황에 적응해가고 있다. 생활반경을 가급적 줄이고 있고 만남과 접촉도 최소한으로만 하고 있다. 식당에는 웬만해서는 바로 옆 테이블에 자리 잡는 법이 없고, 먼 거리가 아니라면 택시나 버스도 타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 뿐인가. 식사 시간대이면 배달음식 오토바이가 한적해진 도로를 새로 매우고 있다. 벚꽃 시즌을 즐기는 방식도 ‘드라이브스루’로 변해버렸을 지경이다.

이러다 보니 두 달 전의 눈으로 보면 놀랄 장면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역의 명소의 입구에 방어벽이 놓여 있는가 하면, ‘우리 지역에 오지 말라’는 노골적인 경고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것도 본다. 벚꽃으로 유명한 남해안의 한 도시는 지역의 자랑인 축제를 취소한 것은 물론, 사람들이 몰릴 수 있는 장소를 모조리 폐쇄하였다. 강원도의 한 지역은 얼마 사람이 몰리는 유채꽃밭을 일부러 갈아 없애버리는 기괴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관광객 증가라면 지자체마다 명운을 걸고 나서던 모습과는 정반대인 이런 상황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어서 오세요’가 아닌 ‘왜 굳이 오세요’로 지역의 목소리가 바뀌고, 이동과 여행은 이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걱정되는 것은 그나마 진행되고 있던 도심재생사업들에 미칠 영향이다. 재생사업은 이 정부 들어 ‘도시재생뉴딜’이라는 이름으로 갈아타면서 대상과 참여 폭을 확대했지만, 그에 걸맞은 사업이 진행되기도 전에 폭탄을 맞은 격이다. 공공의 투자를 의미하는 ‘뉴딜’이라는 단어가 붙었지만, 결국 재생의 핵심은 민간의 지속적인 투자에 있다. 공공이 직접 투자를 한다 한들 도심을 개조하는 거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이는 지극히 작은 마중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이 적은 마중물을 가지고 큰 투자와 활력을 끌어내는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간의 투자는 상황 변화에 대해 매우 민감하면서도 냉정하다. 정부 공공은 쇠락한 지역을 지원한다는 명목상의 이유로도 움직인다.

하지만 민간투자는 그렇지 않다. 사지 않을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 없듯이, 사람이 모이지 않을 도심부에 투자할 자본도 없는 현실이다. 여기에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팬데믹 사태까지 겹치게 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래서 도시재생뉴딜사업, 특히 경제기반형과 같은 대규모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와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 아닐까 한다. 가능하다면 사업 집행의 중지와 연기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도심을 살리기 위한 설득력 있는 계획이 도출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이 문을 걸어 닫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전제로 하는 활성화 계획을 구상하는 것은 분위기에도 맞지 않고 바른 판단으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더욱이 지금은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세계의 모습이 전과는 다르게 변형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시점이다. 봄이 오면 진정되리라는 소박한 기대를 무시하고, 세계적으로는 오히려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모든 것이 다 잠잠해지고 나면 세계는 크게 변해있을 것이라고들 한다. 글로벌리즘으로 대표되던 세계의 모토가 퇴조하고 각 나라들이 생존과 관련된 정책으로 돌아가리라 예상한다. 당연히 그에 속한 도시들이 적응해야할 상황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세상의 형상이 변하는 시점에서, 과거의 데이터에 기초한 도심재생사업이 과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는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도심부에 대한 환상적 비전을 계획할 시기가 아니다. 생존, 안전과 같은 보다 낮고 기본적인 차원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재생과 부흥에 대한 기대로 거품을 일으키기보다, 일단은 이 모든 것이 지나가기 까지 생존은 할 수 있기 위한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 공학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