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겨우 13% 진척
서울-전남 13배 격차
대불산업단지의 선박블록 등 대형 화물 수송에 지장을 주던 전봇대가 빗속의 위험한 작업을 통해 5시간만에 뽑혔지만 전봇대를 둘러싼 논란을 완전히 해결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문제를 완전히 잠재우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봇대를 몇 m 뒤로 물리는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전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지중화 사업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화물수송 장애뿐 아니라 특정지역의 과도한 부하문제, 재해 예방은 물론 도시 재개발이나 문화재·관광지 주변 등 미관상의 문제로 지중화가 필요하다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비용문제를 생각하면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역시 비용이 문제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한전 측은 21일 “기존 가공(전봇대)을 지중화로 변경할 경우,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가공에 비해 설치비용이 10배가 든다”고 설명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지중화 사업으로 이익을 본다고 해서 해당 지역에 더 비싼 전기요금을 물리지는 못한다. 따라서 특정지역의 지중화 사업은 결국 전체 전기 사용자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격이라 함부로 진행하기도 어렵다.
비용부담 방식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전기부하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지역이나 재해 대비를 위해 추진되는 경우는 규정상 한전이 전액 비용을 부담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재개발이나 미관 등 자신의 필요에 따라 지중화를 추진할 경우 지자체와 한전이 비용을 50%씩 분담해야 한다.
또 특정업체가 자사의 필요에 따라 지중화를 요청할 경우에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해당 업체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문제가 터진 대불산업단지도 한전과 전남도, 영암군이 총사업비 80억원을 분담하기로 하고 2004년부터 지중화 사업이 진행돼 현재 58% 가량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중화 사업과정에서 도시개발이나 미관을 위해 지중화를 추진하는 지자체들이 한전측에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한전과 지자체간 법정 분쟁도 발생하는가 하면, 재정여건이 좋은 지자체와 그렇지 못한 지자체간에 지중화 비율이 큰 격차를 보이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 평균 12.7%…서울·전남 13배 격차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국에서 지중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진척도는 그리 높지 않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전국 전봇대의 지중화율은 12.7%다.
하지만 지역별 격차가 상당히 커 서울과 대전은 각각 51.3%, 45.2%로 절반 안팎의 전봇대가 이미 땅속에 묻혔지만 강원과 경북은 각각 5.3%, 4.1%에 불과하며 특히전남은 3.8%에 머물러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낮다.
지자체가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데다 인구나 화물수송 등의 장애가 별로 없는 농촌이나 인구가 적은 지역 등으로 인해 지역별 지중화율 격차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도 도쿄(東京)는 지중화율이 85.5%에 이르지만 전국의 지중화율은 9.2%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한전측은 “전선 지중화 사업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전국에서 지중화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비용을 감안하면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설명했다.연합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