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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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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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복 선임기자.
오월동주(吳越同舟).
지방의회라는 한 배를 탄 의원들은 어찌 보면 ‘깐부’(같은 편)요, 어찌 보면 경쟁자다. 민심(民心)의 바다에 뜬 배는 때론 심한 파도에 흔들리기도 하고, 때론 기관고장으로 좌초 위기에 처할 때도 있다. 순탄하게 항해하던 제8대 포항시의회號가 최근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기우뚱했다.

지난 16일 오전, 제288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전체의원 간담회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가 지역아동센터 대표자 변경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 청구 건을 상정하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복지환경위원회는 지난 10일 간담회에서 모 시의원이 설립한 지역아동센터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행정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은 없는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기로 의결했다.

본회의를 연기하면서까지 진행된 두 차례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감사원 청구 건은 갑론을박 끝에 결국 매듭을 짓지 못하고 의장 직권으로 심사 유보 결정이 났다. 이로써 복지환경위원회가 쏘아 올린 의원 겸직 문제는 미완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내년 1월 13일 지방자치법 개정안 시행으로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업종에 대해 겸직제한이 강화될 예정이어서 불안한 항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의원은 생활정치인이다. 선출직 공무원 중 주민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만나고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할 일도 많고 해결해야 할 민원도 줄을 잇는다. 회기가 없는 동안엔 일일이 동네 주민 대소사(大小事)를 챙겨야 하며, 각종 자생단체를 찾아 지역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일부 호사가들은 “하는 일에 비해 의정비가 많네 적네” 말들을 하지만 씀씀이를 생각하면 빠듯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시의원 살림살이다. 올 여름 인터뷰 자리에서 한 중진 시의원은 현재 의정비로는 경조사 비용 대기도 버겁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시의원들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빚을 져 가며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까지 있다고 했다.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신념과 꿈을 안고 맨주먹으로 지방정치에 뛰어든 많은 의원들이 이러한 현실의 장벽 앞에서 좌절을 맛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 세상에 돈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나. 정치를 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곧 돈이요, 돈이 없으면 정치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시의원이 빵집을 하고 음식점 사장을 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치를 잘하기 위해선 돈벌이가 되는 장사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민 녹봉(祿俸)을 받는 공복(公僕)이기에 하면 안 되는 직업도 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농협, 새마을금고 임직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방자치법 제35조 5항에 따르면, 지방의회의원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단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거래를 할 수 없으며, 이와 관련된 시설이나 재산의 양수인 또는 관리인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지방의원이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비영리 목적의 사회적 협동조합 임직원이 되는 것은 겸직금지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가 공익감사 청구를 결정한 이유도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통해 의원 겸직 논란에 대한 매듭을 짓기 위함이었다.

국회의원이나 광역의원과 달리 기초의원은 특정 정당에 대한 소속감이 크지 않다. 오히려 같은 의원으로서 동료애와 동질감이 훨씬 크다. 당을 떠나 친한 의원끼리 서로 ‘누님’ ‘형님’ ‘동생’이라 부르기 예사다.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그런 친분으로 인해 동료의원에 관해 지적하는 것이 의원들로서는 가장 괴로운 일이다.

임시회 다음날 만난 복지환경위원회 소속 차동찬 의원은 “어떤 정책에 관한 일이면 당이 정한 방침에 따라 그냥 밀고 나가면 되는데, 이번과 같이 동료의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제 살을 도려내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번 제288회 임시회에서 빚어진 논란은 포항시의회가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대의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과정으로 읽힌다. 비록 미완으로 끝났지만 토론은 진지했고 절차는 훌륭했다. 그들의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과 성숙한 지방정치에 박수를 보낸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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