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이 더이상 민주주의 독(毒)이 되서는 안된다
  • 손경호기자
'댓글'이 더이상 민주주의 독(毒)이 되서는 안된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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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답글) 정치의 시대다. 댓글은 인터넷에 오른 원문에 대해 답해 올리는 글을 의미하는 리플(reply)을 뜻한다. 악성 댓글인 ‘악플’은 안좋은 글이나 욕, 비방글을 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글을 다는 사람들을 ‘악플러’라고 한다.

댓글 문제가 가장 크게 논란이 된 것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일당이 인터넷 포털 뉴스와 커뮤니티 등지에서 댓글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론 조작 활동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은 ‘킹크랩’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와 인터넷기사에 대선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도록 댓글 및 추천, 검색어 등을 작업하고 타 후보 비방 등의 여론조작을 벌인 사건이다.

앞서 ‘십자군 알바단’(약칭 십알단) 사건도 있었다. 2012년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당시 개신교 목사 출신인사가 박근혜 대선 후보를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벌인 SNS 여론 조작 사건이다.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 글을 트위터에 게시하고 공유했다. 반면에 문재인 후보와 관련해서는 불리한 여론을 조장하려던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댓글조작 피해를 막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에 의한 여론조작과 같은 비정상적인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크라켄’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크라켄은 북극 바다에 사는 괴물로 일반적으로 거대한 문어나 오징어와 비슷한 종류라고 한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전설에서는 천지창조 때 태어난 두 마리의 괴어(怪魚)라는 설도 있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겨냥한 것으로, 킹크랩을 잡아 먹는 크라켄 프로그램이라는 의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준비한 이른바 ‘비단주머니 1호’인 셈이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 디지털본부가 ‘크라켄’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한 결과, 여러 개의 계정으로 유사한 댓글을 작성하는 방법으로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를 악의적, 조직적으로 비방하는 징후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윤석열 후보를 비방하는 조직적 댓글 징후가 포착된 것이다.

특히 이러한 댓글들은 내용은 동일하나 이모티콘을 변경하거나 어순을 변경하는 등 동일 댓글 게시 어뷰징 대응 기능을 회피하기 위한 시도 또한 포착됐다고 한다. 일부 댓글에 대한 공감수 급등 현상도 포착됐다고 한다. 물론 매크로나 기타 프로그램을 이용한 비현실적인 증가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일반적인 공감수 증가 추세보다 휠씬 웃도는 조직적 증가 추세로 보이는 댓글이 탐지되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좌표 찍기’방법 등을 통해 많은 인력이 단시간 내 조직적으로 공감수를 늘린 흔적이 발견되어 해당 댓글을 올린 계정의 다른 댓글 활동의 분석 결과와 연계해 입체적 분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댓글이 여론조작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최근 온라인 플랫폼에서 시민이 정책 공약을 댓글로 달아 완성하는 ‘윤석열 공약위키’를 공개했다. 선대위에서 제시한 공약을 국민들이 쉽게 확인하고, 국민들이 직접 공약을 만드는데 참여하는 ‘쌍방형 개방형’ 플랫폼이 것이다. 즉, 시민들이 댓글을 달아 공약을 완성하는 것이다. 시민이 원하는 공약을 익명 댓글로 달아 제출하면 선대위 검토를 거쳐 ‘시민공약 시리즈’로 발표되게 된다.

댓글은 이처럼 부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사용되기는 한다.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헌법적 행위라면, 국민들이 직접 공약을 만드는데 참여하는 댓글은 민주주의에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잘 쓰면 민주주의에 약(藥)이 되고, 잘 못 쓰면 독(毒)이 되는 것이다.

올해 대통령 선거와 동시지방선거가 잇달아 치러진다. 더 이상 댓글이 민주주의 독이 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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