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명:시인,포항문학사무차장
아직 초등학생으로 어리다고 생각하는 아들이 월드컵 마지막 경기인 스위스 전 거리 응원을 가겠다고 했을 때 나는 반대했다.
결국 동네 친구들과 함께 밤길을 걸어서 간다고 약속했으므로 꼭 가야한다고 졸라 하는 수 없이 허락했다. 이젠 다 컷구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시민운동장으로 가는 녀석의 가방 속에 외투 함께 비상금과 잔소리도 같이 넣어주었다.
다음날 졸리는 눈으로 가족들 함께 일어나 관전한 경기는 안타깝게도 패배였다.
실력의 부족은 물론 심판의 편파판정과 운 없음 등등… 모두들 망연자실한 순간이었다. 그러다가 거리응원에 나간 녀석이 생각났다. 밤을 세우고도 우리 팀이 져버린 그 실망감을 안고 돌아오고 있을 아이, 그 처진 어깨를 눈앞에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녀석 가지말라는 데를 갔다가 이렇게 실망감을 안고 돌아오는구나! 후회 같은 것도 좀 들었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무작정 녀석을 앉아 기다리기보다 반대로 마중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 공기를 느끼면서 가는 길에 오히려 녀석을 보내기 잘했구나하는 반대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승리도 값지지만 오히려 값진 것이 패배 속에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입구에는 여자 애들 서넛 얼굴에 페인팅을 하고 붉은 티를 입고 이미 돌아와 있었다.
그 애들이 옷은 승리의 사인이 가득했지만 얼굴에는 피곤함과 패배감이 들어있었다. 그래도 나는 녀석들의 울긋불긋한 얼굴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녀석들의 그 어울리지 않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이제껏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발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붉은 밤으로 세운 아이들이 하나둘 쳐진 어깨로 돌아오는 발걸음을 반대편에서 되짚어 찾아가는 길은 기쁘고 즐거웠다. 그만큼 밝고 밝은 길이었다.
저들 앞에 얼마나 많은 패배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때마다 딛고 일어서는 새 희망의 해야 떠올라라! 자신의 내면 속에서 다시 일어서려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이 너야 말로 최후의 승리자이리라. 생각하면서, 지금 떠오르는 해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저들의 슬픈 아침을 위로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중 나갔다. 참 다사롭고 감사해야만 될 복된 아침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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