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잠수정 ‘타이탄’
  • 모용복국장
심해 잠수정 ‘타이탄’
  • 모용복국장
  • 승인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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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년 전 침몰한 타이태닉호
관람에 나섰던 잠수정 타이탄
내부폭발로 탑승자 전원 사망
일부선 거액관광에 부정 견해
호기심은 神이 부여해 준 선물
인류 문명 발달의 원동력으로
타이탄은 사고 인해 멈췄지만
미지를 향한 여정은 계속될 것

태초에 신(神)들의 우두머리였던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신의 전유물인 불을 준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그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를 이용해서 인간을 곤경에 빠뜨리기로 마음 먹었다. 제우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불러 여자 인간을 만들 것을 지시했고 판도라라는 여자가 탄생했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상자를 주며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경고했다. 판도라는 프로메테우스의 동생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결국 상자를 열고 만다. 상자 안에는 온갖 욕심, 질투, 시기, 각종 질병 등이 담겨 있었으며 판도라가 상자를 여는 순간 빠져나와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판도라가 깜짝 놀라 급하게 상자를 닫았으나 상자 속 악(惡)들은 이미 전부 빠져나온 뒤였다. 그러나 그 안에 있었던 희망은 빠져나가지 않아서 사람들은 상자에서 빠져나온 악들이 자신을 괴롭혀도 희망만은 절대 잃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처럼 동서고금을 통해 호기심은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돼 왔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도 쓸데없는 호기심이 화를 부를 수도 있으니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게 신상에 이롭다는 의미가 담겼다.

침몰한 여객선 타이태닉호 관람을 위한 심해 잠수정 투어에 나섰던 탑승자 다섯 명이 전원이 4000미터 심해 속에서 끝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생존자 구조를 위해 북대서양 일대를 수색했으나 실종 나흘 만에 잠수정은 산산조각이 난 채 발견됐다.

미 해저탐사 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이 운영해온 잠수정 타이탄은 지난 18일 오전 8시 미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 해안에서 약 1450km 떨어진 지점에서 잠수한 지 1시간여 만에 통신이 끊겼다. 그로부터 4일 후인 22일 오전 캐나다 심해 원격 조종 로봇은 수심 4000m 해저에서 타이탄의 일부 잔해를 발견했다. 타이태닉호 뱃머리에서 불과 488m 떨어진 지점이었다.


희생자들은 인당 25만달러(약 3억2500만원)의 요금을 내고 바닷속으로 들어갔고, 불과 두 시간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투어 운영사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스톡턴 러시 최고경영자는 1912년 타이태닉과 함께 수장된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의 소유주 이시도어·아이다 스트라우스 부부 고손녀의 남편이다. 영국 항공기 서비스 기업 액션항공 해미시 하딩 회장, 파키스탄 재벌가 샤자다 다우드 전 엔그로 코퍼레이션 부회장과 그의 대학생 아들 술레만, 프랑스의 해양 전문가 폴 앙리 나졸레도 이번 사고로 사망했다.

스트라우스 부부는 죽음 앞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준 일화로 유명하다. 1912년 타이태닉 침몰 당시 전직 미국 하원의원이자 메이시 백화점의 공동 소유주였던 이시도어는 구명정 탑승을 제안받았지만 여성과 아이들이 모두 떠날 때까지 가지 않겠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아내 아이다도 40년 넘게 함께 산 이시도어만 두고 떠날 수 없다며 함께 남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타이태닉호가 침몰할 때 갑판에서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해진다.

이후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에도 등장했다. 영화에서 슈트라우스 부부는 선실에 물이 차오르자 침대에 누워 두손을 맞잡고 최후를 맞는다. 이시도어의 주검은 타이태닉호가 침몰한 지 약 2주 뒤 바다에서 발견됐지만 아이다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은 억만장자들이 벌인 타이태닉호 배 관광에 대해 고개를 내젓는다. 쓸데없는 호기심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기심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지적 탐구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선물이다. 호기심이 때로는 화를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인류 문명 발달은 호기심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호기심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111년 전 영국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중 빙하에 부딪혀 침몰해 승객 1500여명이 목숨을 잃은 타이태닉호. 그로부터 불과 4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타이태닉호 잔해를 보기 위해 탐사에 나섰던 잠수정 타이탄도 잠들고 말았다. 외신에 의하면 탑승자 5명의 시신은 수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해저 4000m 심해 속에서 불귀(不歸)의 객(客)이 된 탑승자들의 명복을 빈다. 비록 타이탄은 불의의 사고로 멈춰섰지만 호기심을 향한 인간의 여정(旅程)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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