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의 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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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의 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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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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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평평하다고 여기는 ‘지구 평면설’을 믿는 사람이 지금도 6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들 중에는 교사, 의사, 과학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우주선이 먼 우주에 나아가 지구의 둥근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어도 믿지 않는다. 온 우주에 작용하는 모든 항성과 행성은 중력의 균일한 분포작용으로 인해 둥글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달도 별도 모두 둥글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느 천문학자가 그들에게 ”대체 이토록 명백한 과학적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단다. ‘생각의 자유는 있잖아요. 누가 뭐래도 난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어요.’ 이쯤 되면 지독한 확증편향에 빠진 이들의 생각을 바꿀 방법이 없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견해에 부합하거나 자기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말한다. 한마디로 내가 원하는 대로 정보를 수용하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한자성어의 아전인수(자기 논에 물대기라는 뜻으로 자신에게만 이롭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함)와 비슷한 맥락이다.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은 객관적이고 명백하게 입증된 증거나 과학적 사실은 무시하고, 아주 일부의 모호한 점만을 가지고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며 자신이 옳다는 것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어느 정도 확증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의 믿음에 부합하는 피드백을 얻기를 열망하고 결과를 도출해내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으로 제품을 구매하려고 할 때 어떤 단점이 마음에 걸리면 그 제품의 장·단점을 종합하지 않고 단점을 쓴 리뷰만 찾아 읽는다. 또 다른 예로 오늘의 운세나 혈액형에 따른 성격을 잘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이유가 자신에게 일어나는 상황을 자신의 주관적 성향에 맞추어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인간의 감정이나, 인지력, 동기부여, 비용 편익, 과거의 기억 등의 여러 가지 메커니즘이 확증 편향성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확증편향은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인지적 편견 중의 하나다.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그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처음에 가졌던 생각과 믿음을 더욱 확실히 해 줄 정보만을 수집하고 그것에 집중한다. 그들은 특정 영역에서 현상을 지켜본 다음에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먼저 내리고 난 다음에 그 현상을 지켜본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미리 내린 결론에 대해 모든 논리를 끌어들여 옳다고 주장한다. 설령 정반대를 가리키는 중요한 증거가 훨씬 더 많아도 이를 무시하거나 간과하며 미리 결정한 내용에 죽어라고 매달리면서 이미 내린 결론의 정당성을 지키려 한다. 이게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와 국민들의 이념 대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대한민국은 지금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상대진영은 무조건 혐오와 타도의 대상으로 여긴다. 확증편향에 도취한 상호 간 극렬지지자들의 가짜 뉴스가 판을 치지만 상대진영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뉴스라면 진위를 따지지 않고 퍼뜨리고 본다. 상대 정당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무조건 반대한다. 신문이나 칼럼에서 상대진영에 대한 칭찬이나 지지하는 글이 올라오면 맹렬한 분노를 표출한다. 무슨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하면 국가 전체를 일반화하여 비난하고 매도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갈가리 찢어 발겨져 급속도로 분열되고 있다. 망국의 지름길로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구글이나 유튜브로 인해 더욱 증폭 내지 심화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구글이나 유튜브는 필터버블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골라서 제공한다. 그래서 같은 주장만 반복해 보고 듣는다, 그러니 확증편향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확증편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여러 학자들이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거의 없고, 보더라도 실천할 사람도 없는듯하다. 결국 정치권에서 먼저 나서야 한다. 서로 잘못은 인정하고 잘한 것은 칭찬하고 격려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부터 본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따라 할 테니까.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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