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엽서
  • 김희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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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동기자
  • 승인 20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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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


더 이상 도시에서는 할 일이 없었습니다


시멘트벽에는 틈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틈으로
물결이 밀려들어 왔습니다
지붕은 우주로 통해 있었습니다
 

금이 간 창문이
던스턴 바실리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황홀했습니다만



방바닥은 백사장이 되고
밤마다 파도를 덮고 자는 습관이 버릇처럼 생겨났습니다
병이 깊어 기침마저도 밖으로 솟구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당신을 만난 것은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다음에 오실 때는 배를 타고 오십시오

생각만큼이나 수심도 깊어 북명의 바다처럼 검을 것입니다



험한 길을 헤치며 오다 보면

당신도 곧,

나보다 더 깊은 바다가 될까 염려됩니다만
오기 전에 문자 한 통 넣어 주십시오



이곳도
사람 사는 데라는 것을 소상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명 시인
이명 시인

 

 

201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詩 당선

시집『분천동 본가입납』,『앵무새 학당』,『벌레문법』,

『벽암과 놀다』,『텃골에 와서』,『기사문을 아시는지』,

『산중의 달』e-book 『초병에게』시선집 『박호순미장원』

2013년 목포문학상 수상. 현재,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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