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중앙시장에서 생긴 일
  • 모용복국장
상주중앙시장에서 생긴 일
  • 모용복국장
  • 승인 20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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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들른 상주중앙시장
장보는 시민, 관광객도 없어
유명 분식집엔 관광객 ‘북적’
지방소멸 현주소 보여주는 듯

상주~영천 고속도로를 달려 충북 괴산에 있는 휴가지로 가는 길. 상주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고속도로를 빠져 나왔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상주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분식집에 40여 분 걸려 도착해 보니 번화가인 시장통에 위치해 있었다.

골목길 안에 자리한 분식집은 유명세에 비해 그다지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았다. 아직 12시가 안 되었는데도 식당은 초만원이었다. 심지어 바깥에서 대기하는 사람마저 있어 먼저 시장구경을 하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상주 중앙시장은 재래시장답게 전마다 갖가지 농축수산물이 즐비했다. 현대화 영향으로 천장은 아케이드가 설치돼 따가운 여름 직사광선을 막아줬으며 시장 골목도 잘 정돈돼 깨끗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우리 일행 외에 손님은 거의 없었다. 광복절인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관광객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무료한 노(老)상인들만이 삼삼오오 모여 이른 점심을 들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중앙시장은 한 집 건너 한 집이라 할 만큼 옷가게가 많았다. ‘삼백(三白)의 고장’답게 명주의 영향을 받은 때문일까? 옷가게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40도에 육박하는 한낮의 더위도 식힐 겸 한 가게에 들렀다. 딱히 필요하진 않았지만 티셔츠 하나에 몇 천원 하니 싼값에 몇 가지를 골라 점원에게 건네며 물었다.

“시장은 큰데 손님이 왜 이렇게 없어요?”

“명절 때 아니면 손님이 별로 없어요.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보니 옷을 사는 사람도 거의 없고요.”

젊은 점원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래도 관광객은 많이 찾지 않나요?”라고 다시 물으니 나이답지 않게 점원의 답변이 걸쭉하다.

“이 땡볕에 해수욕장에 가든지 시원한 계곡에 가든지 해야지 뭣하러 시장에 오겠어요? 가게 세(稅)가 싸니가 문을 열긴 하지만 이 곳도 언제 간판이 바뀔지 몰라요. 그러면 저도 포항이나 대구에서 직장을 알아 볼 작정이에요.”

상주중앙시장 전경.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시장을 빠져나오면서 아내가 말했다.

“지방소멸, 지방소멸 말로만 들었는데 막상 여기 와보니 피부에 와 닿는 것 같아요. 지방 도시들이 발전해야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나가지 않고 고향을 지키면서 살 텐데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

“그래도 요즘 지자체들마다 기업유치다 특화단지 조성이다 해서 지방을 살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언젠가는 지방 경제가 활성화 되어 젊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해.”

아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한 마디 보탰지만 별로 효과는 없어 보였다.

시장투어를 마친 후 돌아와 보니 분식집은 여전히 손님들로 빼곡했다. 한참을 더 기다린 끝에 빈자리가 생겨 안으로 들어서니 예상 외로 손님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다. 가족, 연인으로 보이는 그들은 한눈에 봐도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었다. 아마 우리처럼 인터넷으로 맛집을 검색해 이 곳에 들른 것이 분명했다.

○○분식은 누가 주인이고 누가 종업원인지 구분이 안 갔다. 음식 주문을 받는 사람도, 음식을 나르는 사람도,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는 사람도 다들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들이었다. 지방 소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8월 무더위에 이렇게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을 보면 인터넷의 영향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물론 이 곳 분식집이 자랑하는 수제 군만두를 비롯해 우동, 김밥은 아이들 입맛에도 착 붙을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아무리 음식 맛이 일품이어도 손님이 찾지 않으면 그만이다.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은 소도시 시장통 분식집에서 한여름 땡볕을 견뎌가며 줄을 서고 주문한 음식이 제각각 시간차를 두고 나와도 기다릴 수 있는 건 이 곳을 찾은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점원의 말처럼 이 무더위에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시장을 찾거나 옷을 사기 위해 시장에 들를 일은 드물 것이다.

전통시장은 손님이 없어 고사(枯死) 되어 가고 있는데 그 안에 자리한 작은 분식집은 손님들로 붐비는 모습이 오늘날 지방소멸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듯하다. 인터넷이 분식집은 살릴 순 있어도 지방이 살아남기 위해선 더 큰 무엇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상주중앙시장을 빠져나오면서….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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