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송유관공사 시스템 한계 감지기능 역부족
경주시와 칠곡군에 송유관 기름 절도범이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경주에서는 송유관 기름을 빼내려 땅굴을 파다 흙더미가 무너지는 바람에 1명이 매몰돼 숨지는 등 올들어 이 지역에서 4차례의 송유관 기름절도가 발생했고, 이중 17명이 구속됐다.
특히 올들어 4월 현재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기름절도 건수 7건 가운데 4건이 이곳 2군데에서 발생해 이 지역이 기름절도단의 온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기름절도단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도 경찰이나 대한송유관공사가 사전에 이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한계와 감지기능 역부족이다.
지난 12일 오전 2시43분께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 S모텔 지하 단란주점에서 이모(42)씨 등 3명이 땅굴을 파고 인근에 매설된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려던 중 이씨가 갑자기 무너진 흙더미에 깔려 숨지고 공범 정모(34)씨 등 2명은 현장에서 붙잡혔다.
이에앞서 지난 3일에도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에서 송유관 기름을 빼내 그동안 180여 차례에 걸쳐 432만ℓ(시가 70억원 상당)을 팔아 온 손모(53)씨등 기름 절도단 8명이 경찰에 적발돼 모두 구속됐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칠곡군 지천면 용산리의 창고를 임대해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을 뚫고 70회에 걸쳐 70만ℓ(시가 10억원 상당)를 빼내 판매해 온 박모(45)씨등 기름절도단 4명이 구속됐고, 같은 달 24일에도 경주시 건천읍에서 송유관을 뚫고 휘발유 120만ℓ, 경유 235만ℓ, 등유 71만ℓ 등 62억원 상당의 기름을 빼내 팔아 온 이모(34)씨 등 일당 5명이 구속됐다.
△기름 절도 경주·칠곡 2곳 집중
대한송유관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국내 송유관은 경인송유관(경기 고양~김포공항)을 비롯해 남북송유관(전남 여수~경기 성남, 울산~성남), 인천~영종도 송유관, 한국종단송유관(의정부~포항) 등으로 전체 관로가 1081㎞에 이르고 국내 경질유 소비량의 53.1%를 수송하고 있다.
송유관 기름 절도는 특히 경주와 칠곡 등 영남권에 집중돼 있는 점이 특징. 이들 송유관 기름 절도범은 대포폰과 대포차량, 차명계좌 등을 이용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경찰 수사망을 피하고 있다.
△대형 화재·참사 우려
송유관 절도의 문제는 직접적인 기름 손실뿐만 아니라 시설물 훼손과 토양 오염 등 2차 피해에다 기름이 고압으로 이동하고 있어 드릴 등 철제 공구로 구멍을 뚫는 순간 기름과 유증기가 강한 압력으로 솟구치기 때문에 불꽃이 튀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1월 울산시 북구 중산동에서도 일당 2명이 송유관을 뚫고 기름을 훔치려다 불이 나는 바람에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이 크게 다쳤고, 지난해 12월에는 칠곡군 지천면 용산리의 한 창고에서 일당 4명이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기름을 훔치는 과정에서 유증기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진화에만 7시간이 걸렸다.
△대책은 없나
절도범이 심야에 땅 속에 매설된 송유관을 몰래 뚫고 흙으로 덮어두면 범행현장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고,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또 송유관 자체에 압력 센스가 달려 있어 고압 상황의 기름이 샐 경우 확인되기도 하지만 압력이 미미하면 이 센스로는 감지가 어려운 단점도 있다.
급기야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30일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는 도유범에 대한 형사처벌 하한선을 높여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하던 것에서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1억5000만원의 벌금부과로 강화했다.
/사회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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