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왜 연동형 선거제도를 반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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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왜 연동형 선거제도를 반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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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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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룰은 매우 중요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결코 승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이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아직 게임의 룰을 정하지 않고 있다. 국회는 4년 전에도 시간에 쫒기다가 선거제도를 미봉책으로 마무리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반발에도 병립형 선거제도를 연동형 선거제도로 변경했다. 다만 부칙 조항에 제21대 선거에서는 비례대표 의석 47석 가운데 30석만 연동형을 적용하는 준(準)연동형 제도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선거법을 그대로 둔다면 내년부터는 준연동형이 아닌 연동형 선거제도로 치르게 된다.

하지만 여야는 정치권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년 전 총선에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이 출현하면서 그나마 준연동형비례대표 조차 형해화됐기 때문이다. 당시 미래통합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해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뒤를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4년이 지난 이번에는 여야 모두 연동형 선거제도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선거법 개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로 가닥을 잡고, 당 안팎의 반발에 대해 정면 돌파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11월 30일에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선거와 당대표 선거 공약인 위성정당 방지법의 당론 채택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재명 대표가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라고 했고, 홍익표 원내대표의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되느냐?’라는 발언은 사실상 연동형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 홍 원내대표의 연합 비례정당 필요성 언급도 결국 4년 전 선거의 더불어시민당 형태로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같은 연합 비례정당은 민주당 혁신계를 자처한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으로부터 “민주당식 꼼수정치의 현주소”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국신당’, ‘송영길신당’, ‘추미애신당’ 출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연동형 선거제도가 유지될 경우 민주당 공천 탈락자들이 지역구 및 비례대표로 출마를 위해 신당행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민주당이 과반 의석 내지 원내 1당 유지를 위해서는 병립형 선거제도로 신당 창당 바람을 꺾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연동형 대신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정개특위 위원장과 민주당 간사에게 15일까지 위성정당 방지에 대한 제도 개선에 합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방지에 협조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합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은 병립형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과연 국민의힘에게는 연동형보다 병립형 선거제도가 더 유리할까?

서울 49개 선거구 가운데 국민의힘이 6군데에서만 유리하다는 보고서만 보더라도 연동형 제도 하에서 이 같은 예상이 현실화 될 경우 민주당은 비례의석을 얻지 못하고, 국민의힘은 비례의석 정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의석을 배분받게 된다.

쉽게 말해 연동형은 국민의힘이 정당 지지율 40%를 받으면 지역구에서 참패해도 120석을 보장받는 방식이다. 물론 비례의석이 적으면 적을수록 120석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더구나 민주당 성향 신당이 늘어날수록 민주당 당선 의석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동형 대신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이유일 것이다.

수도권 49개 선거구 가운데 6석만 우세라는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무슨 배짱으로 병립형을 고집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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