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테타와 대통령
  • 이진수기자
군부 쿠테타와 대통령
  • 이진수기자
  • 승인 2024.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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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군부 쿠테타 담은 영화
‘서울의 봄’ 1253만명 관객 돌파
전두환 중심 군부 쿠테타 성공은
최규하 대통령의 ‘순응’ 한몫
칠레 아옌데 대통령 반란군과
싸우다 장렬한 최후와 비교돼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2일 개봉 이후 7일 현재 1253만 명의 관람객을 돌파했습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이른바 12·12 사태라 불리는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45년 전의 일이라 이미 역사적 결과가 나와 있는데도, 영화는 그날 일촉즉발의 9시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듯이 전개됩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예술작품을 떠나 한국 현대사의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담은 것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할 것입니다.

서울의 봄은 군인의 본분을 다하는 참 군인과는 대조적으로 권력 및 출세에 눈먼 탐욕스런 군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기자는 무엇보다 영화를 보면서 극중 몇 몇 인물들의 역할과 처신이 참으로 답답하고 아쉬웠고 못내 불편했습니다.

전두환을 중심으로 노태우 등 하나회 정치 군인들의 반란군은 그렇다 쳐도, 진압군 역할을 수행해야 할 국방부 장관은 자신의 몸을 숨기기에 급급했으며,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육군참모차장 등의 처신은 우스꽝스러웠습니다.

특히 군통수권자인 최규하 대통령의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한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군부의 쿠테타 계획은 우선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연행한 후, 대통령에게 재가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둘 중 하나라도 틀어지면 쿠테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반란군은 무력으로 정 총장을 연행한 후 대통령에게 재가를 요청합니다.

최 대통령은 군부의 의도를 어느 정도 눈치챘으나, 전두환의 기세등등한 위압에 굴복해 결국 13일 새벽 정승화의 연행을 재가합니다.

저 멀리 남미에 칠레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칠레도 한국처럼 1973년 9월 군부 쿠데타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육군참모총장이 정권을 잡게 됩니다. 쿠테타 배경에는 미국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당시 칠레 대통령은 의사 출신인 살바도르 아옌데 이었습니다. 군부는 대통령이 투항할 경우 신변을 보장하고 해외로 보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아옌데는 이를 단호히 거절합니다.


그는 가족과 관료들을 대통령궁 밖으로 내보낸 뒤 마지막 항전을 합니다. 탱크를 향해 대전차포를 쏘며 대응하다 결국 소총으로 자결합니다.

아옌데는 마지막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민들에게 고별을 전합니다. “칠레 만세! 인민 만세! 노동자 만세! 이것이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마지막 말입니다. 제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적어도 제 희생을 통해 범죄자와 비겁한 자, 반역자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는 도덕적 교훈을 얻게 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한국의 최규하 대통령과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이 비교되지 않습니까.

한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조차 행사하지 못하고 반란군에 순응한 반면, 다른 한명은 쿠테타에 맞서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했습니다.

당시 최 대통령이 전두환 보안사령관에게 정 총장의 강제 연행에 대해 재가를 하지 않고 원상 회복 명령을 내렸다면 어떻게 됐을 가요.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아마 12·12 쿠테타는 실패했을 것입니다.

영화 속 전두환은 이렇게 말합니다. ‘실패하면 반역이고 성공하면 혁명이다.’ 당시 반역과 혁명의 갈림길이 대통령에게 있음에도 최 대통령은 정 총장의 연행 재가로 전두환은 혁명의 축배를 터트립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뀐 것입니다.

12·12 쿠테타에 성공한 전두환은 이듬해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새로운 권력을 획득합니다.

1961년 5·16 군사 쿠테타로 장기집권의 길을 연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전두환에 이어 노태우도 대통령이 되면서 불행하게도 역사의 왜곡은 그렇게 이어졌습니다.

정의롭지만 않은 것이 역사인 모양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헌법을 유린한 세력에 맞서 당당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지도자를 원합니다.

그것이 목숨과 맞바꿀지라도 한 국가의 대통령이라면 능히 그 정도의 결단과 용기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다.

아옌데는 칠레에서 가장 위대한 칠레인 1위에 선정될 정도로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됩니다.

반면 최규하 대통령을 존경하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 가요, 심지어 그의 존재조차 기억하는 못하는 이들이 상당할 것입니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보는 내내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심정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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