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눈사람
  • 김희동기자
따듯한 눈사람
  • 김희동기자
  • 승인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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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혜향



폭설이 내린 날이었다

퇴근길 지하철 4번 출입구에 눈사람이 서 있었다

등 뒤로 폭설이 쌓이고 눈만 내놓은 채

내가 다가서자 눈사람이 움직였다

오늘따라 구두 신은 발을 측은해하며 이끌어주었다

길은 보이지 않았다

단단히 뭉쳐진 손을 잡고 따라가면 되었다

한겨울에도 손이 따듯한 눈사람은 추위에 강한 줄 알았다

그런 줄만 알았다 금이 간 손가락도 아무렇지 않게 나았다

일자로 다문 입은 아프다는 말이 없었다

지붕의 눈이 좀체 녹지 않았던 좁은 평수의 신혼은

뒹굴면 금방 따듯해졌다

새집으로 이사와 겨울을 나는 넓은 평수는 털옷을 입어도 춥다

견디라는 신의 뜻인지 세상의 바람은 우리 집으로 들어와

몇 센티만 열어놓아도 몸이 굳는다

하루 종일 바깥 추위를 견딘 눈사람을

온돌침대에 녹이고 싶을 때가 있는데

누우면 금세 눈은 녹아 이불 밑이 축축해지고

밤새 사람만 남아 코를 곤다



아침이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바깥으로 걸어가는 눈사람


 

홍혜향 시인
홍혜향 시인

 

 


2022 월간 모던포엠 신인문학상 수상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전국마로니에백일장

동서문학상, 호미문학상 수상

모던포엠 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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