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본 포항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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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본 포항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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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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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총선 중앙인사 공천
이번에도 토종 정치인 전멸
지방의원은 후보에 줄서기
지역 정치인들 환골탈태로
경쟁력 있는 주체로 우뚝서야
최근 4·10 총선을 맞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각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이 막바지 단계입니다.

포항을 비롯한 대구·경북(TK)은 ‘보수의 성지’라 보수정당인 국힘 후보의 공천이 최대 관심사입니다. ‘공천이 거의 당선’이다는 공식이 관례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국힘은 포항 남·울릉에 이상휘 후보가 현역인 김병욱 후보를 제치고 공천을 거머쥐었으며, 포항 북은 김정재 의원이 현역 불패를 이어가 3선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포항은 각종 선거에 있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첫째는 진보정당의 후보는 뒷전이고, 보수정당 후보들 가운데 누구 공천을 받을지가 수개월 전부터 인구에 회자됐습니다.

국힘에서 포항 남·울릉은 무려 9명, 포항 북은 7명이 출마했습니다. 공천이 사실상 당선이라 할 정도니 너도나도 선거판에 뛰어든 것입니다. 여기에 양 지역 현역 의원이 시민들에게 각각 존재감과 신망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만만하게 보인 것이지요.

두번째는 경북도의원과 포항시의원 등 지방의원들의 선거판 줄서기입니다.

이칠구 한창화 경북도의원을 비롯해 안병국 포항시의원 등은 윤종진 후보를, 반면 박용선 연규식 도의원과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은 김정재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또 이동업 도의원과 조민성 시의원은 김병욱 후보를, 김철수 조영원 시의원은 이상휘 후보에 몸을 담았습니다.

총선에 지방의원들의 구태의연한 이합집산의 줄서기 진풍경입니다.

이러니 국회의원 선거는 지방의원들이 다 해준다고 합니다. 국회의원이 지방의원들의 살생부라 할 수 있는 ‘공천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에 충심을 다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줄서기를 한 지방의원들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오는 2026년 지방선거 공천에 그 영향이 미칠 것입니다.

세번째는 15여 명 후보자들의 공약이 대동소이합니다.

포항에 이차전지 및 바이오산업 등 첨단산업 육성, 포스텍 의과대학 신설, 해양관광도시 조성 등이 주된 공약이었습니다. 이미 수년전부터 포항시가 추진한 정책입니다.

후보들이 포항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은 반증입니다. 공천이 거의 당선이니, 포항의 현안과 미래 발전에 대해 연구하고 개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은 아니더라도, 후보마다 신선하고 실현 가능성 있는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는 선거가 돼야 포항이 발전합니다.

네번째는 포항의 정치에 진짜 포항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중앙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이 선거철만 되면 포항에 내려와 몇 개월 얼굴 보인 후 공천을 받아 당선됩니다.

반면 이번 총선은 물론 역대 선거에 단골처럼 출마하는 지역의 토종 정치인들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맥없이 쓰러졌습니다.

김병욱 김정재 의원은 중앙에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경선까지 간 최용규 윤종진 후보 역시 서울에서 검사 및 정부 고위 관료를 역임했으며, 공천을 받은 이상휘 후보의 정치적 삶도 서울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상득 이병석 박명재 전 의원을 비롯해 정장식 박승호 전 포항시장과 이강덕 현 포항시장도 맥을 같이 합니다.

출향인사들은 ‘연어의 귀환’이라는 미사여구를 선거에 써 먹는 것이지요.

여기에 ‘표’는 고향에서 얻어 당선되고, ‘여생’은 서울에서 보냅니다. 향후 국회의원 및 시장도 자신의 정치 인생을 접으면 포항을 멀리할 것입니다.

포항에 태어나 학교를 다니고 성장하고 시민들과 공동체 생활을 한 지역인사는 선거판의 들러리 역할에 불과한 현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어찌 보면 지역 정치인들의 한계라 할 수 있습니다.

지방의원들의 학력이나 경력은 중앙에서 내려오는 출향인사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스펙이 모든 것을 검증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대중들에 간판은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주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지방의원은 그저 이웃에 있는 보통사람이지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반면 판·검사 출신, 고위 관료, 청와대 근무, 중앙당 관계자 등은 대단한 존재로 이들이 국회의원이나 시장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정치인들이 얄팍한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환골탈태의 자세로 경쟁력을 높여 당당한 정치 주체로 우뚝 서야 합니다.

시민들 또한 중앙인사에 지나친 기대감을 갖지 않아야 합니다.

이는 지역사회가 숙고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정치 구도 타파는 요원한 현실입니다.

보수정당의 후보 공천이 한바탕 열풍처럼 휩쓸고 지나간 포항은 잠잠합니다. 총선이 아직 한달이나 남았는데도 마치 선거가 끝난 것처럼 말입니다.

포항의 정치를 보면 여러모로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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