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륜 있어야 눈빛 연기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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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륜 있어야 눈빛 연기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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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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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승원 `눈눈이이’서 지능범 안현민역 맡아
 
 190㎝에 가까운 키, 말랐지만 풍채있는 몸매, 선 굵은 얼굴. 배우 차승원(38·사진)이 그동안 맡았던 배역들은 도시적인 외모에 비해 다소 촌스러운 인물들이었다.
 코믹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 `이장과 군수’, `광복절 특사’는 물론이고 `국경의 남쪽’의 탈북 청년, `아들’의 무기수 아버지 등도 그랬다.
 그러니 차승원이 외모를 제대로 살린 작품을 골랐다는 건 배우라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게도 `드문 일’인 셈이다.
 곽경택 감독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지능범 안현민은 말수가 적고 의리가 있으며 소망하던 복수를 눈앞에 두고 냉철함과 명석함을 보여주는 인물. 차승원은 매끈한 정장 차림에 쿨한 눈빛, 경쾌한 걸음걸이로 안현민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31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미리 만난 차승원은 이번 선택이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연기 데뷔했던 11년 전이었다면 못 했을 거예요. 이제 40대를 향해 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죠. 젊은 배우가 안 그래도 되는 장면에서 뜬금없이 눈에 힘을 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딱딱하겠어요? 세월이 지났으니 그런 스멀스멀 하는 눈빛을 낼 수 있는 거죠.”
 모델로 한참 활동하다가 연기자로 데뷔한 배우가 `잘난 역’보다 자신을 낮추는 역을 고른 것은 영리한 결정이었다. 그는 잇따라 출연한 코미디에서 개인기를 인정받으면서 모델 이미지를 지워버렸다. 자리매김에 성공한 이후에는 드라마를 살린 영화들에 출연했고 `혈의 누’에서는 사극도 깔끔하게 소화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눈눈이이`에서도 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어요. 사실은 이야기에 상처를 입더라도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도시적인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거였죠.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이미지도 살아났고 이야기도 잘 됐더라고요. 그래서 보면서 ’어? 좀 괜찮네` 했어요.”
 `눈눈이이’는 중간에 감독이 바뀌고 제작 기간도 예상보다 길어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그러나 곽 감독의 연출과 편집 능력을 극찬하면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강조했다.
 “제가 나오는 부분의 75% 는 곽 감독님이 찍으셨어요. 감독님이 남자 배우 멋있게 찍는 실력이 워낙 높으시잖아요. ’눈눈이이`는 빠르고 간략하고 지루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부담 없이 극장에 오셔서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편안하게 보시면 돼요.”
 인터뷰 도중 한석규의 대표작은 `초록 물고기’, 설경구의 대표작은 `박하사탕’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에게 자신의 대표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장진 감독의 `박수칠 때 떠나라’를 꼽았다.
 “사람들은 `선생 김봉두’라고 하겠죠? (웃음) 저는 `박수칠 때 떠나라’라고 생각해요. 사는 게 늘 피곤하지만 절대 주저앉지는 않는 인물이죠.”
 연기의 에너지를 어디에서 얻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딱히 에너지를 어디서 얻는다기보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면 된다”고 명료하게 답했다.
 “하고 싶은 것을 지향하면서, 스타일 구기지 않고 연기해 나가면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주관이 무너지면 연기가 이상해지거든요. 다음에는 TV 드라마를 계획하고 있어요. 문득 TV를 탁 틀었는데 내가 나오면 어떨까 궁금해지더군요. 배우한테는 `어떻게 보일까’라는 게 참 무서운 거예요. 그래도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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