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쓰는 `적당(適當)’이란 말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사전에 나오는 `어떤 성질·상태·요구 따위에 꼭 알맞다’거나 `정도가 알맞게 적합하다’는 뜻풀이는 곧이 곧대로다. 여기에 `요령(要領)주의’의 뜻을 덧댄 풀이도 있다. `요령있게 얼버무리다’. 적당주의와 요령주의가 등식을 이루니 음습한 냄새가 풍긴다.
`적당’이건 `요령’이건 본디 나쁜 뜻은 없다. 세속의 때가 묻다보니 순수성을 잃어가는 꼴이다. 때문에 `적당히’와 `요령껏’을 모르는 원칙주의자는 책상물림 아니면 맹문이로 왕따되기에 `딱’이다. 적당주의와 요령주의가 통하지 않으니 아무리 눈을 찡긋거리고 옆구리를 쿡쿡 찔러도 `감’이 없기는 돌부처와 다름없다. `적당히’해서 `한 건’하려는 사람으로선 답답한 노릇일 것이다.
좌씨전(左氏傳)에 `출구입이(出口入耳)’란 말이 나온다. 말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와 듣는 사람의 귀에 들어갔을 뿐이란 뜻으로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아는 이가 없다는 말이라고 한다. 혼자 말하고 혼자 듣는 경우를 일컫는 말인 것 같다. B.프랭클린의 `가난한 사람의 책력(冊曆)’에도 이와 엇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세 사람은 비밀을 지킬 수 있다. 두 사람이 죽으면….”
포항시엔 78개 심의위원회가 꾸려져 있다. 현재 활동하는 위원은 모두 1075명이다. 이 가운데 도시계힉·건축분야가 가장 끗발이 세다고 보도됐다. 밀실에서 비공개로 심의가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 닫아 걸고 남의 눈과 귀를 꺼리며 속닥거린다니 대충 짐작이 간다. `적당히’ `요령껏’ 전횡을 일삼는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는 어린이들도 잘 아는 이야기다. 밀실 흥정이 어쩌다 `당나귀 귀’가 되는 날엔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흐를 것 아닌가. 공개되고 투명한 심의라면 `적당’과 `요령’은 본래의 뜻을 되찾을 수 있으련만….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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